퀸엘리자베스 우승 우도비츠헨코 "러정부 지지자와는 악수 못해"

연합뉴스 2024-09-24 16:00:43

우크라이나 출신 바이올리니스트…우승 후 러 심사위원 악수 거부

"韓국민도 우크라 평화에 관심 갖기를"…26일 국립심포니와 협연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우크라이나 우승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러시아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과는 함께 하고 싶지 않았어요."

우크라이나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로 우도비츠헨코(25)가 지난 6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우승한 뒤 러시아 심사위원과 악수를 거부한 속내를 밝혔다.

오는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이 이끄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위해 내한한 우도비츠헨코는 최근 국내 취재진을 만나 콩쿠르 우승 당시를 회상했다.

콩쿠르 결선에서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하고 우승한 우도비츠헨코는 13명의 심사위원과 한 명씩 인사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심사위원인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과의 악수를 거부해 논란을 일으켰다.

'소련의 3대 신동'으로 불린 레핀은 17세인 1988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세계적인 거장 바이올리니스트다. 현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원하는 '트랜스 시베리아 아트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드미트로 우도비츠헨코

우도비츠헨코는 100일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레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몇 차례 러시아 정부로부터 상을 받은 것이 생각났다"면서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레핀을 매우 존경하지만 당시에는 '그와 악수를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우도비츠헨코는 다만 레핀에게 개인적 감정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국적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다만 러시아 정부가 조직한 일에 참여하거나 지지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가 콩쿠르 결선에서 러시아 작곡가인 쇼스타코비치를 연주한 것도 이런 소신 때문이었다고 한다. 우도비츠헨코는 "제 교수님도 러시아인이고 러시아 친구들도 많다. 음악은 정치적 맥락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쇼스타코비치의 곡은 제가 현실에서 느끼는 감정을 가장 가깝게 묘사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레핀과의 악수 거부 논란 탓에 콩쿠르 우승의 기쁨을 우크라이나 국민과 충분히 나누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우도비츠헨코는 "(콩쿠르 우승으로)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짧은 순간이나마 행복한 감정을 드리고 싶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이 어렵지만 어떻게든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드미트로 우도비츠헨코

한국 국민이 우크라이나 평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도 부탁했다. 우도비츠헨코는 "우크라이나 국민가요도 잘 모르는데 한국 가수인 BTS는 알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한국도 관심을 갖고 지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도비츠헨코는 26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연주회에서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이어 11월에는 경기 고양 아람누리음악당에서 열리는 '제2회 DMZ 오픈 국제음악제'에 참석해 브루흐의 '바이올린협주곡 1번' 등을 연주한다.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