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다갈색·홍색의 반복 덧칠로 담아낸 생태계 순환...강영순 작가 ‘자연의 숨’ 시리즈

데일리한국 2024-09-24 11:26:42
서양화가 강영순이 9월 25일~10월 1일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1층 전관에서 개인전 ‘자연의 숨’을 연다. ⓒ강영순 제공 서양화가 강영순이 9월 25일~10월 1일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1층 전관에서 개인전 ‘자연의 숨’을 연다. ⓒ강영순 제공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서양화가 강영순은 틈만 나면 산행과 여행을 떠난다. 릴렉스를 위한 목적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연이 내뿜는 에너지를 몸으로 ‘득템’하기 위해서다. 국내외의 산, 강, 바다 등을 두루 찾아다니며 자연의 에너지를 삶의 에너지로 치환했고, 작품에도 고스란히 구현했다. 이런 프로세스를 통해 자연스럽게 빚어진 회화 작품이 그의 시그니처가 된 ‘자연의 숨(breath)’ 시리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자연은 늘 바뀐다. 강영순의 작업은 이러한 변화를 기반으로 자연과 호흡하며 그 감흥을 조형화하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자연은 단순 모방의 대상이 아니라 ‘숨’이라는 순환하는 생명과 연결된 자연이다.

“‘숨’은 생명체의 호흡을 뜻하지만, 폭넓게는 ‘생태계 순환’의 의미를 내포합니다. 산을 오르내리며 내뿜는 저의 숨결, 광합성을 하는 나무들의 숨결, 해류를 따라 지구를 휘도는 바다의 조류 등은 모두 하나가 되어 순환합니다. 이처럼 ‘자연의 숨’은 우주를 구성하는 모태이자 에너지요, 근원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연이 연출하는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 그리고 순환의 이미지들은 ‘숨’이라는 메타포와 연결되어 진화해 나갑니다.”

강영순 작가의 '자연의 숨-가파도'. oil on canvas 72.7 x53.0cm. ⓒ강영순 제공 강영순 작가의 '자연의 숨-가파도'. oil on canvas 72.7 x53.0cm. ⓒ강영순 제공 강영순 작가의 '자연의 숨-한라산'. oil on canvas 72.7 x53.0cm.  ⓒ강영순 제공 강영순 작가의 '자연의 숨-한라산'. oil on canvas 72.7 x53.0cm.  ⓒ강영순 제공 강영순 작가의 '자연의 숨-용머리'.  oil on canvas 72.7 x53.0cm. ⓒ강영순 제공 강영순 작가의 '자연의 숨-용머리'.  oil on canvas 72.7 x53.0cm. ⓒ강영순 제공

강 작가의 고향은 제주다. 그가 태어나고 성장한 제주의 자연이 중요한 정서적 밑바탕이 됐고 작품의 터전이 됐다.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자리한 자연에서부터 직접 산행과 여행을 통해 교감한 자연의 이미지들이 첨가되면서 그의 자연은 새롭게 재탄생했다. 가파도의 황금 보리밭에도, 한라산의 흰 눈에도, 용머리 해안의 바위와 바다에도 그가 포착해낸 자연의 숨결이 꿈틀댄다.

우리의 삶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는, 자연이 주는 근원적 힘에 주목한 정 작가는 자연을 재해석하며 자연의 색을 찾아 나갔다. 자연의 원초적 생명력인 초록색, 태초의 움트는 생명력인 다갈색(조금 검은빛을 띤 갈색), 자연의 층을 이루며 강한 에너지를 뿜는 붉은색 계열의 색들이 그것이다. 색채는 작가가 느끼는 인간의 내면적인 심리상태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시도한 기법은 다양합니다. 우선 큰 붓으로 초록색, 다갈색, 홍색 등을 주조로 삼아 얇게 반복 중첩해 색을 입힙니다. 큰 붓으로 그리는 이 작업은 빠른 붓놀림의 터치, 커다란 몸동작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얇은 채색 작업을 덧칠하는 가운데 흘리기, 번짐, 스며들기 등의 기법을 써가며 추상적 조형미를 구축합니다.”

강연순 작가의 '자연의 숨'. oil on canvas 53.0x40.9 cm. ⓒ강영순 제공 강연순 작가의 '자연의 숨'. oil on canvas 53.0x40.9 cm. ⓒ강영순 제공 강영순 작가의 '자연의 숨'. oil on canvas 53.0x45.5 cm. ⓒ강영순 제공 강영순 작가의 '자연의 숨'. oil on canvas 53.0x45.5 cm. ⓒ강영순 제공 강영순 작각의 '자연의 숨4'. oil on canvas 72.7 x53.0cm. ⓒ강영순 제공 강영순 작각의 '자연의 숨4'. oil on canvas 72.7 x53.0cm. ⓒ강영순 제공

단색화는 형태와 색채의 극단적인 절제를 표명하는 회화다. 컬러를 자제하며 감정의 분출을 억제하는 붓질을 통해 무념무상의 초월적인 정신세계를 지향한다. 그렇지만 그는 단순히 감정을 억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기 삶의 모든 것을 응축시켜 작품에 투영했다. 이렇게 ‘모노톤(mono tone)’에서 빚어지는 다양한 색채를 찾아내어 자연의 내면의 미를 형상화했다. 자연의 생성을 의미하는 초록색, 대지의 숨결을 의미하는 다갈색, 활화산처럼 터져 오르는 에너지를 의미하는 붉은색 계열의 색을 통해 다채로운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얇게 중첩되는 붓 터치로 이루어지는 작업은 자연의 색을 찾는 과정이자 자연의 흐름을 드러내기 위한 것입니다. 색을 첩첩이 쌓아 올림으로써 형성된 물성들은 자연이 지닌 자연의 생태적 흐름과 연결됩니다. 거칠고 두꺼운 물감의 물성이 자아내는 붓질의 흔적들은 생명력 넘치는 자연의 특성과 맞닿아 있는 것이죠. 그것은 자연의 질서에 의해 생명이 순환되면서 영원성을 지님을 의미한다. 생명의 자연은 거칠지만 멈춤이 없이 시공간을 흐르면서 흔적을 남기는 것과 같은 특성을 보인다는 것을 의식한 작업입니다. 작품에는 생명의 근원인 정적인 흐름으로 시작해 공간성을 이루며, 강력한 에너지를 내뿜는 역동적 흐름을 형성합니다.”

강영순의 개인전 ‘자연의 숨’은 9월 25일(수)부터 10월 1일(화)까지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1층 전관에서 열린다. 공식 오프닝 행사는 9월 28일(토) 오후 4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