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파트너' 장나라 "이혼도 개인의 선택…존중받을 수 있기를"

연합뉴스 2024-09-24 09:00:18

이혼 전문 변호사 연기로 호평…"악역도 연기하고 싶어"

드라마 '굿파트너' 배우 장나라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막연히 '이혼은 하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갖기 쉬운 것 같아요. 그런데 '굿파트너'에서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위해 노력하는 용기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느꼈죠. 사람들이 고정관념 없이 (이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최근 종영한 '굿파트너'에서 이혼 전문 변호사 차은경을 연기한 장나라는 23일 서울 종로구의 한 회의실에서 진행된 드라마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이렇게 소회를 털어놨다.

'굿파트너'는 이혼 변호사인 차은경과 한유리(남지현 분)가 여러 의뢰인의 이혼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은 법정 드라마로 최고 17%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이달 20일 종영했다.

최종회(16회)에서 차은경은 후배 변호사인 한유리에게 "결혼, 비혼, 이혼, 그거 다 선택이야"라며 "우리가 잘해야 하는 건 선택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노력"이라고 말한다. 이어 "그 노력을 다했다면 후회하지 않고 또 다른 선택을 하면 된다"고 덧붙인다.

장나라는 기억에 남는 대사로 이 말을 꼽으며 "누구나 결혼할 수 있듯이 이혼할 수도 있고, 지금 이혼을 고민하는 분도 즐거운 삶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드라마 '굿파트너' 배우 장나라

'굿파트너'는 실제 이혼 전문 최유리 변호사가 극본을 써 화제가 된 작품이다.

장나라는 철두철미한 성격에 오로지 승소만을 바라보고 개인적인 감정을 절제하는 변호사 차은경을 연기해 새내기 변호사 한유리로 변신한 남지현과 호흡을 맞췄다.

의뢰인의 사연에 깊이 공감하는 한유리는 피도 눈물도 없이 이익만 좇는 듯한 차은경과 사사건건 대립하는데, 결국 차은경의 말대로 사건이 흘러가는 일이 반복된다.

장나라는 특히 이번 작품에서 쏘아붙이는 듯한 독특한 말투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시청자가 재미있으려면 한유리와 차은경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야 할 것 같았다"며 "말끝의 톤을 높여 요새 쓰는 표현으로 '킹 받는' 말투를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이번에 차은경이라는 캐릭터를 특이하게 잡았는데, 자연스러운 연기로 받아들여 주셔서 너무 다행이었다"며 "모험적인 연기였는데 시청자들이 편하게 봐주신 것 같다"고 안도했다.

드라마 '굿파트너' 배우 장나라

'굿파트너'는 다른 사람의 이혼 사건을 척척 해결하는 변호사 차은경이 남편의 불륜으로 세간의 눈길을 끄는 이혼의 당사자가 되는 흥미로운 서사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불륜을 저지르고도 적반하장으로 먼저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 김지상 역할의 지승현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이 몰입하게 했다.

장나라는 "2019년에 드라마 'VIP' 속 불륜 남편 박성준(이상윤)을 끝내 용서하지 않고 작품이 끝났는데, 이번 '굿파트너'를 연기하고 나서 생각해 보니 '박성준은 용서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뻔뻔한 연기를 너무나 잘 소화한 탓에 지승현은 유튜브에 불륜을 사과한다는 익살스러운 동영상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악역을 맡은 배우로서 드라마에 몰입한 시청자들의 눈에 얄밉게 보이는 점을 이용한 재치 있는 홍보였다.

장나라는 "지승현 배우가 너무 혼신의 힘을 다해서 연기해서 걱정됐다"며 "올해 초까지만 해도 '고려거란전쟁'에서 멋진 양규 장군 역할로 사랑받았던 배우인데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연기하는 모습에 감사한 마음이었다"라고 말했다.

드라마 '굿파트너' 배우 장나라

장나라는 시트콤 '뉴 논스톱'(2001)과 '명랑소녀 성공기'(2002), '내 사랑 팥쥐'(2002), '동안미녀'(2011), '황후의 품격'(2018), 'VIP'(2019) 등 수많은 작품을 히트시킨 배우다.

'굿파트너'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선이 강한 인물도 가리지 않고 연기했다. '너를 기억해'에선 특수범죄수사팀 형사로, 'VIP'에선 백화점 VIP 전담팀 직원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40대인 지금도 앳되고 귀여운 외모와 작은 체구 때문에 맡을 수 있는 작품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장나라는 "사실 저도 악역을 해보고 싶은데, 제가 오랫동안 해온 역할과도 다르고 제 생김새에서 풍기는 느낌도 있고 제 피지컬(체격)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제작하는 분들 입장에선 굉장한 모험인 것 같다"며 "저는 '안 그럴 것 같은 사람이 그러면 더 재미있을 수 있다'고 권하는데, 저를 써주시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갈증 때문인지 장나라는 '굿파트너'의 연기로 올해 연기대상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상 욕심은 내려놓은 지 오래됐다"며 "다른 욕심이 있다면 이 작품에서 했던 연기가 호평받아서 다음엔 다른 연기를 시도할 수 있는 작품 제안이 들어왔으면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