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축제·정원박람회 또 제동…세종시의회 추경안 처리 무산

연합뉴스 2024-09-24 09:00:18

예결특위 처리 못하고 자동 산회…다음달 임시회 재논의 가능성

세종시의회 임시회

(세종=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국제정원도시박람회 등 최민호 세종시장의 공약 사업이 시의회에서 재차 제동이 걸렸다.

지역 현안 사업에 지방의회가 잇따라 제동을 거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최 시장과 시의회 간 갈등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의회는 지난 23일 제92회 임시회에 시가 제출한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상정했으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자정을 넘기기 전까지 추경안 처리를 못 하고 자동 산회하면서 처리가 무산됐다.

예산 일부 반영 의견과 전액 삭감 의견이 충돌하면서 격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추경안은 다음 달 11일부터 열리는 임시회에 상정되거나 11월 정례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시가 제출한 추경안은 세종 빛 축제 개최를 위한 문화관광재단 출연금 6억원과 정원도시박람회 조직위 출연금 14억118만원 등 최 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앞서 시는 지난 13일 제91회 임시회에서 전액 삭감된 빛 축제와 정원도시박람회에 대해 다시 심의해 달라며 시의회에 추경안을 제출하며 임시회 소집을 요구했다.

단순한 행사성 사업이 아닌 지역 경제 활성화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인 만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최민호 세종시장

최 시장은 시정연설에서 "우리 시의 재정난은 지출구조 조정 등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정원도시박람회와 빛 축제를 통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도시가 더 성장한다면 우리 시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의회의 주도권을 쥔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삭감된 추경안을 시가 그대로 제출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최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시의회는 20석 가운데 13석을 민주당이 점하고 있다.

민주당 김현미 시의원은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에서 "의회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삭감된 예산을 재편성해 제출한 상황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고, 같은당 상병헌 시의원도 "예산안이 부결된 지 사흘 만에 동일한 내용의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하는 것은 시기적·정무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반발이 거세자 최 시장은 이날 오후 예결특위에 긴급 간담회를 요청해 예산 삭감으로 정원도시박람회 조직위 출범이 지연되면 준비 기간 부족 등으로 차질이 우려된다며 사업의 필요성과 시급성 등을 설명했다.

특히 빛 축제 및 정원도시박람회 사업의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대폭 삭감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절약하겠다며 시의회 설득 작업을 벌였지만, 일부 의원들은 행사 개최 자체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의회의 잇따른 제동으로 최 시장 취임 이후 지난해 처음 열린 겨울 축제인 빛 축제는 1년 만에 폐지 위기에 놓였다.

2026년 4∼5월 세종중앙공원 일원에서 열릴 예정인 정원도시박람회는 정부로부터 국제행사 승인을 받아 국비까지 확보했지만, 지방비 예산 미확보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열린 빛 축제·정원도시박람회 예산 복원 촉구 집회

시의회 임시회가 열린 이날 오전 시의회 정문 앞에서는 금강수변상가연합회 회원 등 시민 100여명이 모여 빛 축제와 정원도시박람회 예산 복원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j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