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신, 일엽스님 아들 사칭"…월송스님, 구술 출판물서 주장

연합뉴스 2024-09-24 00:00:49

수행자 일엽스님 조명한 '꼭꼭 묻어둔 이야기' 출간

일엽스님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여성운동가이자 문인인 일엽스님(1896∼1971)이 출가 전 낳은 아들로 알려진 일당 김태신 스님이 아들을 사칭한 것이라고 일엽스님을 시봉한 월송스님이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일엽스님은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공부하고 1920년 한국 최초의 여성잡지 '신여자'를 창간했으며 동아일보 기자, '불교'지의 문화부장 등을 역임했다. 나혜석 등과 함께 자유연애를 주장하고 여성의 자유와 개방을 추구한 여성운동가였으며 1933년 정식으로 출가했다.

월송스님은 불교 작가 조민기 씨가 정리해 최근 발간한 구술 회고록 '꼭꼭 묻어둔 이야기'(민족사)에서 "대중의 호기심에 여여하게 대처하는 (일엽)스님의 성품을 지독하게 이용한 사건이 일어났다"며 "김태신 혹은 일당스님이라고 하는 사람이 '나는 일본인 오타 세이조와 일엽스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라고 주장한 것"이라고 회고했다.

월송스님은 '나의 스승 일엽스님'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에서 일당스님을 "(일엽)스님의 아들을 사칭한 인물"이라고 규정하고서 그가 일엽스님과 오타 세이조가 모두 세상을 떠난 후에 이런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고 전했다.

아들이라는 얘기가 어이없게 느껴져 '나에게 스승님의 손때가 담긴 유품이 있으니 한 번 유전자 검사를 해 보자'고 제의했더니 김태신이 불같이 화를 냈으며 이후 발길을 끊었다고 월송스님은 말했다.

책 표지 이미지

또 일당스님 입적 1년 후 그의 딸이라고 밝힌 여성이 연락해 자신에게 수덕사 문중 및 김일엽문화재단의 자산 등에 대한 권리가 있으며, 일당스님이 수덕사에 기증한 작품을 반환하라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월송스님은 덧붙였다.

일엽스님이 유명해지자 기차에서 어떤 상인이 자신이 일엽스님의 사생아라고 주장하며 책을 팔기도 했지만, 이를 전해 들은 일엽스님은 "나를 빙자하여 한 사람이 이 힘든 생을 버티고 한 남자가 장사하고 돈을 벌어 그걸로 생활을 할 수 있으면 내가 한 사람을 구제한 것이 아니냐"고 담담하게 말했다고 월송스님은 회고했다.

일당스님이 일엽스님의 아들이 아니라는 주장은 그간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배치된다. 일당스님은 출가 전 일본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화가로 활동했으며 그가 2014년 입적하자 그가 일엽스님의 아들이라는 취지로 언론에 보도됐다.

이와 관련해 월송스님의 구술을 정리한 조 작가와 월송스님의 측근은 일당스님이 일엽스님의 아들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알리고자 했다며 한걸음 물러섰다.

월송스님 구술책 출판 간담회

23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김일엽문화재단 부이사장 경완스님은 "분명히 (일엽스님의 아들이) 아니다, (아들이) 없다, 이렇게는 말씀을 못 드린다. 그런데 아닐 수도 있다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석한 조 작가 역시 "(아들이) 절대 없다, 절대 아니다라는 것은 아니지만 정황적으로 사실은 이렇다라는 것을 담담하게 제가 적었다"고 설명했다.

1940년생인 월송스님은 고령으로 활동이 어려워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책에는 월송스님이 지켜본 일엽스님의 수행자로서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속세에서 여러 가지 눈에 띄는 활동을 하고 결혼까지 한 뒤에 출가한 일엽스님을 다른 스님들이 곱지 않은 눈으로 봤지만 "일엽스님은 이 또한 인욕 수행으로 여기며 태연하게 시선을 받아냈다"고 책은 소개한다.

조 작가는 월송스님이 생각하는 일엽스님이 "정말 최고의 수행자이고, 전법 포교를 위해서 자기 자신을 다 내던진 분"이라고 강조했다.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