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일시적수요정체)으로 부진했던 SK온이 10월부터는 어깨를 펼 것으로 보인다. 최대 완성차 시장인 북미에서 현대차 전기차에 탑재하는 배터리 양산을 이때부터 시작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해외 첫 전기차 전용 공장인 조지아공장 가동 시기에 맞춰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SK온의 연내 흑자 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 SK온 조지아 2공장, 10월부터 현대차에 배터리 공급
23일 SK온 등에 따르면 현대차가 북미 첫 전기차 전용 공장을 오는 10월부터 가동할 전망인 가운데, 이에 맞춰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공급한다.
SK온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의 조지아 2공장은 내달부터 라인 일부에서 현대차그룹에 공급하기 위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한다. SK온 관계자는 "보조금 규모 등으로 미국 내 생산이 OEM들에게 매우 중요해지면서 SKBA 공장의 일부 라인 전환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이번 라인 전환 작업은 전사 관점의 투자비 최소화와 수익성 확보에 초점을 둔 글로벌 공장 라인 운영 방침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한 생산라인 전환을 그간 추진했다.
앞서 SK온은 지난 2분기 콘퍼런스콜을 통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등을 위해 미국 내 생산이 매우 중요하다”며 “SKBA 공장의 일부 라인 전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캐즘 정면 돌파 방안으로 오는 10월 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북미시장에서 인기 모델인 아이오닉 5 등이 생산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SK온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국내 배터리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현대차그룹 첫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현지에서 배터리를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한 셈이다. 이로써 HMGMA는 하반기 전기차 생산에 본격 돌입하면서 늘어나는 배터리 수요에 적기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SK온은 현대차와 합작 공장도 짓고 있다. 현재 조지아주 2공장은 연산 11.7GWh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10만대 이상의 전기차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SK온은 현대차와 연산 35GWh의 조지아 합작공장을 추가로 건설해 완공할 예정이다.
■ SK온, 상반기 부진 만회 기대감…AMPC 혜택도 늘어날 전망
SK온은 이번 공급으로 하반기 흑자 전환 목표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온은 조지아주 2공장에서 현대차에 배터리 공급을 시작하면서 부진했던 경영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온의 국내외 배터리 생산시설의 평균 가동률은 올해 상반기 기준 50%대로, 지난해 80%대에서 크게 감소했다. 전기차 시장이 부진하면서 배터리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SK온은 지난 2분기 매출액 1조5535억원, 영업손실 4601억원을 기록했다. 공장 가동률 하락과 헝가리 신규 공장 가동으로 인한 초기 비용 증가 등의 영향 때문이라고 SK온은 설명했다.
하지만 하반기 현대차그룹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되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반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7월 미국에서 전기차 누적 판매량이 7만1630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내 전기차 점유율은 현대차그룹이 10.5%로 테슬라의 5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현대차그룹은 10월 HMGMA을 조기 가동해 전기차 점유율을 더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HMGMA에서는 아이오닉 5를 비롯해 대형 전기차 아이오닉 9 등이 생산될 예정이다. 향후에는 현대차그룹 중장기 전략에 따라 미국에서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로 확대할 예정이어서 배터리 공급은 지속될 수 있다.
미국 내 생산이 늘어나면서 SK온의 AMPC 혜택도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 2분기 SK온의 AMPC 수혜 규모는 1118억원에 달했다. 현대차의 미국 현지 생산이 늘어나면 이러한 보조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