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제도 다양화·유연화 필요…'쉼 관행'도 개선해야"

연합뉴스 2024-09-23 17:00:25

노동연구원·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근로시간 제도 토론회

"획일적 근로시간 규제 한계…유연근로 활용도 높여야"

서울시내 한 사무실에서 야근하는 직장인들 모습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인구구조 변화와 기술 발전 등에 맞춰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장시간 근로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획일적인 근로시간 제도 대신 다양하고 유연한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이 주장했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23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 관련 토론회에서 "향후에는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아닌 개별상황에 맞는 근로시간제 도입과 운영이 우선적 정책목표여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구조 대전환, 일하는 방식의 미래에 대응한 근로시간 제도 개선'을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초저출생·고령화 등에 맞춘 근로시간 개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노동연구원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함께 마련했다.

발제자 중 한 명으로 나선 성 부원장은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유럽 국가 등에 비해 길게 나타나는 것은 "길게 일하는 사람이 많아서가 아니라 짧은 시간 일하는 사람이 적어서"라고 설명했다.

시간제 근로자가 적고, 전일제 근로자의 단축 유연근로 활용도가 현저히 낮다는 점이 우리나라와 유럽의 주당 근로시간 차이를 상당 부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연근로의 경우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 개선, 자녀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6세 이하 자녀를 둔 여성 근로자의 유연근로 활용도는 유럽연합(EU) 15개국 83.6%, 우리나라 25.0%로 큰 차이가 있다고 성 부원장은 전했다.

연장 근무 (PG)

성 부원장은 "근로자 건강 보호를 전제로, 근로자의 시간 주권과 기업의 수요에 부응하는 유연성이 조화되는 형태의 근로시간 제도 변화와 타협이 추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름철에 연차휴가 등에 따른 일시휴직 비중이 EU 27개국은 30%, 우리나라는 3%로 큰 차이가 있어 이것이 연간 근로시간 격차로 이어졌다며, 근로시간 저축 계좌제 도입 등 '쉼 관행'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발제자인 이정민 서울대 교수는 "인구 변화와 기술 변화로 인해 일하는 방식이 하나의 제도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질 것"이라며 "임금, 근로환경, 근로자 구성, 재무상태가 사업장마다 다른데 근로시간만 통일되게 규제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업장별 근로시간 제도 자율화를 통한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생산성 향상이 근로시간 단축의 최선의 방법"이라며 비효율적인 업무 관행 개선과 성과 중심 보상체계 강화도 제언했다.

엄상민 경희대 교수도 "일하는 방식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획일적 근로시간 규제는 수요 변동에의 대응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유연한 근로 등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와 노동계, 경영계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 일·생활 균형과 장시간 근로 해소를 위한 근로시간 개편 방안을 논의 중이다.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