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물러간 광화문 광장에서 재현된 대한민국 뮤지컬 60년史

연합뉴스 2024-09-23 00:00:33

'살짜기 옵서예'부터 '영웅'까지…서울시뮤지컬단 갈라콘서트

광장이 울려 퍼진 안중근의 외침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더위가 물러나고 가을이 자리 잡은 서울 도심에서 대한민국 뮤지컬 60년 역사를 훑어보는 공연이 열렸다.

서울시뮤지컬단은 22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갈라콘서트'를 열고 1966년 제작된 한국 최초의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부터 올해 공연된 '영웅'까지 한국 대표 뮤지컬들의 주요 넘버를 선보였다.

모처럼 선선해진 날씨에 열린 야외 공연에는 주최 측 추산 2천300여명의 관객이 몰려 90분간 펼쳐진 뮤지컬 축제를 즐겼다. 서울시가 준비한 800석의 객석이 일찌감치 동나자 시민들은 삼삼오오 광화문광장 인근 계단 등에 앉아 공연을 관람했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로 시작한 공연은 한국 뮤지컬의 부흥을 알린 2000년대 작품 '영웅'과 '시카고', '오페라 유령'에서 절정을 이뤘다.

'시카고'의 '올댓재즈'

서울시뮤지컬단원들이 화려한 복장으로 무대에 올라 '시카고'의 '올댓재즈'를 부르자 객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특히 뮤지컬 배우 유미가 특유의 고음으로 무대를 마치자 공연장 근처 계단 등에서 관람하던 시민들까지 일어서서 박수로 찬사를 보냈다.

곧이어 뮤지컬 배우 박성훈과 이승재 등이 결연한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영웅'의 '누가 죄인인가'를 합창했다. 흥겨웠던 객석도 순식간에 비장한 분위기로 뒤바뀌었다. 공연장 바로 옆 세종로를 통행하는 차량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울려 퍼진 안중근의 처절한 외침에 감동해 눈물을 글썽이는 관객도 있었다.

'넌센스' 수녀들의 신나는 무대

이번 공연에서 1990년대 이전의 작품들도 무대에 올라 시민들의 추억을 자극했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왕언니' 왕은숙이 후배들과 함께 꾸민 '넌센스'는 이날 공연에서 관객의 호응을 가장 많이 받은 무대였다. 수녀 복장으로 무대에 오른 왕은숙과 서울시뮤지컬단원들은 노래와 함께 연기까지 선보여 실제 뮤지컬 공연을 보는 즐거움을 관객에 선사했다.

한국 최초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1980년대 작품인 '아가씨와 건달들'과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물론 한국 최초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등 1960~70년대 작품들까지 서울시뮤지컬단원들이 제대로 고증해내며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본공연이 끝난 뒤 예비 뮤지컬 배우인 대학뮤지컬동아리 연합회 학생들이 '렌트'와 '애니' 등 미국 브로드웨이 작품을 합창한 무대도 인상 깊었다. 한국 뮤지컬의 과거를 샅샅이 톺아본 것은 물론 뮤지컬의 미래까지 보여준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뮤지컬의 미래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