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2천억 투자받은 두산스코다파워, 유럽 원전시장 진출 전초기지되나

데일리한국 2024-09-22 20:38:56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난 5월 2000억 원 투자를 단행한 두산스코다파워의 모습.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제공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난 5월 2000억 원 투자를 단행한 두산스코다파워의 모습.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제공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5월 2000억 원을 투자한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가 향후 유럽 원전 시장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기대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스코다파워가 유럽 원전시장을 체코에서 폴란드, 루마니아, 네덜란드, 슬로베니아로 확대하기 위한 포석임을 22일 숨기지 않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 판매 등을 통해 1조 원의 자금을 마련해 원전사업에 투자할 것을 밝힌 바 있다. 폴란드 등 타겟이 된 유럽국가들이 신규 원전 사업을 밝히지 않았지만 유럽 국가들이 신규 원전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보고 선제적으로 원전 주기기를 생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기자에 “유럽 원전 시장이 활성화된 후 원전 주기기를 생산하기 시작하면 이미 늦다”며 “중국 등 경쟁국가에 앞서기 위해서라도 유럽이 원전에 우호적일 때 원전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두산스코다파워는 체코 원전용 증기터빈을 공급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스코다 파워는 동유럽 제조 중심국가 체코의 상징과 같은 기업인데 2009년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에 인수됐다.

이로써 두산에너빌리티는 150년 전통의 체코 굴지의 기업을 인수하게 됐는데 두산스코다파워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체코, 슬로바키아, 핀란드 등 3개국에 원전용 증기터빈 26기를 공급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150년 간 540기 이상의 증기터빈을 전세계 발전시장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에 머물지 않고 지난 5월 두산스코다파워에 2000억 원 규모의 발전기 기술 이전 투자 계획을 밝혔다. 기술 이전이 완료되면 두산스코다파워는 2029년부터 소형모듈원전(SMR), 복합화력 등 다양한 발전소용 발전기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후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스코다파워는 지난 6월 발전기 기술 이전과 공장 설비 투자를 위해 공장 현황, 보유 설비, 기술 이전 일정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했고 7월에는 두산스코다파원 설계·생산 엔지니어가 두산에너빌리티의 창원 본사 발전기 공장을 찾아 실제 설비를 확인하고 생산 가능 여부와 투자 계획을 논의했다.

이러한 사실은 두산에너빌리티가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신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공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체코 신규 원전 우협 선정 이전 경쟁사인 프랑스의 EDF는 체코에 원전 설비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의 전언을 해석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스코다파워를 단순히 증기터빈과 발전기 제조공장으로만 활용하지 않고 유지보수(O&M) 사업을 진행하는 브랜치 역할을 부여하는 동시에 다른 유럽 국가들이 신규 원전을 건설하도록 촉진하는 대관, 마케팅 업무 등을 진행하는 전초기지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회장은 원전 사업이 건설, 운전, 가동 연장을 감안하면 100년에 걸쳐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라고 언급했다. 두산스코다파워는 박 회장이 그리는 큰 그림의 중심축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스코다파워에서 생산되는 발전기의 모습.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제공 두산스코다파워에서 생산되는 발전기의 모습.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