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보안 구멍 뚫렸나…사채업자에게 넘어간 '암구호' 뭐길래?

연합뉴스 2024-09-22 13:00:23

피아 식별 위해 미리 정한 문답…"3급 비밀 이상의 중요성"

군사기밀 유출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사채업자에게 금전을 융통한 군인들이 담보로 암구호(暗口號)를 공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군 보안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암구호는 국방보안업무훈령에 따라 3급 비밀로 규정된 엄연한 군사기밀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허술한 보안의식으로 이번 암구호 노출이 군사기밀 유출로 이어지지는 않았는지 우려를 낳고 있다.

암구호는 전시나 야간처럼 아군과 적군을 식별하기 어려울 때 문답 형식으로 서로를 알아보기 위해 사전에 약속한 말이다.

초병이 문어'(問語)를 말하고 대상자가 정해놓은 '답어'(答語)를 외치는 식으로 피아식별한다.

여러 군사기밀처럼 암구호도 보안성이 무엇보다 강조된다.

흔히 군대에서 "탄피는 못 찾아도 암호문인 CEOI(통신전자운용지시)는 잃어버리면 안 된다"라는 말을 하는데, 암구호는 바로 이 CEOI를 통한 암호화를 거쳐 각 군에 전파된다.

보안이 취약한 전화로는 당연히 공유할 수 없고, 만약 유출되면 즉시 폐기하고 새 암구호를 만들어야 한다.

선임병들이 갓 입대해 경계 근무가 익숙하지 않은 초병들에게 '상대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암구호를 발설하지 말라'고 철저히 교육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일괄적으로 전파했기 때문에 암구호가 한 곳만 유출돼도 모든 군부대가 다 뚫릴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현재는 부대별로 정하는 곳도 있어서 이러한 문제는 해소된 것으로 알려진다.

한 육군 간부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암구호는 아군과 적군을 식별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3급 비밀 이상의 중요도가 있다"며 "누군가 암구호를 고의로 유출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북경찰청과 전주지검, 군 사정당국 등은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수사는 충청도 지역 모 부대 등에 소속된 군인들이 민간인인 사채업자에게 금전을 융통하면서 암구호를 일러준 정황을 국군 방첩사령부가 인지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군인들은 사채업자들과 신뢰를 쌓기 위해 동산이나 부동산과 같은 담보 대신 암구호를 공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때 채무를 상환하지 않으면 돈을 빌려 간 군인들의 지위도 위태로워지므로 사채업자들도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군 사정당국과 검찰은 조만간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고 관련자 처분과 기소 여부 등을 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jay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