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에 '내 문제' 위기의식 커져…환경단체 활동 호응도 늘어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직장인 김모(33)씨는 지난 17일 추석 성묘를 다녀온 뒤 앞으로 공유자전거로 출퇴근하기로 결심했다.
벌초 일주일 만에 산소 주위 잡초가 30㎝가량 자라 절을 할 수 없었을뿐더러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비 오듯 날 정도로 더운 날씨에 기후위기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매년 부모님이 성묘 일주일 전 벌초를 하시는데 이렇게까지 풀이 자란 걸 본 적이 없어 가족 모두 놀랐다"며 "직접 눈으로 기후위기를 보고 나니 차를 최대한 덜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등 이상기후가 일상화하면서 김씨처럼 환경보호를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해야겠다고 마음 먹는 시민이 늘고 있다.
이들은 올여름 유독 변덕스럽게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한 소나기, 추석 연휴까지 이어진 유례없는 폭염에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에 거주하는 박모(27)씨는 '추석 폭염'을 겪은 뒤로 음식 배달과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로 결심했다. 일회용 행주를 더 이상 쓰지 않으려 면 행주도 주문했다.
박씨는 "기후위기나 환경운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진짜 '내 문제'로 와닿지는 않았다. 그런데 추석까지 더위가 이어지고 '이 여름이 앞으로 내가 겪을 여름 중 제일 시원하다'는 얘기까지 듣고 나니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다"고 했다.
직장인 황모(28)씨는 얼마 전부터 텀블러를 쓰기 시작했다.
황씨는 "하루에 커피를 두 번 이상 마시는데 사무실에 플라스틱 컵이 잔뜩 쌓인 걸 보고 '나라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할 수 있는 걸 하나라도 해보자는 마음에 텀블러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상기후는 최근 날씨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에는 폭염경보가 발령됐다. 2008년 폭염특보제가 도입된 이후 서울에 '9월 폭염경보'가 발령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추석연휴까지 더위가 좀처럼 가시지 않으면서 밤에도 잠을 설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늦더위가 이상기후에 대한 주의를 재차 환기하면서 환경단체의 활동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많아졌다.
그린피스가 지난 4일부터 2주간 폭우·폭염 등 기후재난 피해지역 복구활동에 참여할 '기후재난 시민대응단'을 모집한 결과 약 150명이 지원했다. 최종 선발인원 50명의 3배에 달한다.
최동희 그린피스 시민참여 캠페이너는 "3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재난 현장에서 활동해야 하는데도 굉장히 반응이 뜨거웠다"며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위기감을 느낀 시민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기후솔루션이 '주택용 전력 소비자도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해달라'는 취지로 추진한 헌법소원 청구에는 시민 40여명이 참여했다.
임두리 기후솔루션 리걸팀 변호사는 "소송 참여를 통해 기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우용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기후위기 캠페인을 하면 참여 의사를 밝히는 시민이 체감상 2∼3배 많아졌고 특히 20∼30대 청년의 호응이 늘었다. 시민들은 위기를 분명히 느끼고 있는데 정치권 등에서 그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stop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