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블랙리스트 작성자 탄압말라" 의사 단체 잇달아 반발 

데일리한국 2024-09-22 09:15:00
 의료계 집단행동 불참 의사와 의대생 명단을 SNS 등에 게시한 사직 전공의가 지난 20일 영장실질심사 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오고 있다.(사진=연합)  의료계 집단행동 불참 의사와 의대생 명단을 SNS 등에 게시한 사직 전공의가 지난 20일 영장실질심사 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오고 있다.(사진=연합)

[데일리한국 장은진 기자]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료계 블랙리스트' 작성 유포로 구속괸 사직 전공의를 두고, 정부의 '탄압'이라며 비판했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구속된 정씨를 면회한 뒤 취재진에게 정씨를 '피해자'로 지칭하면서 "철창 안에 있는 전공의나 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당한 전공의나 그 누구라도 돕겠다는 게 협회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의사단체들도 전공의가 인권유린을 당했다며 집회를 열거나, 블랙리스트를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성명을 잇따라 내고 있다. 

경기도의사회는 전날 서울 이태원 인근에서 '전공의 구속 인권 유린 규탄'을 주제로 집회를 열었다. 블랙리스트를 유포한 전공의를 구속한 것을 '인권 유린'이라고 지칭한 것이다.

서울시의사회 역시 성명에서 블랙리스트 유포를 "정부의 초법적 조치에 대한 저항 수단"이라고 표현했다. 이 단체는 "앞에서는 대화를 청하면서 뒤로는 검경을 통해 겁박하는 것이 현 정부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전라북도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의료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노력해 온 의사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행위를 범죄로 몰아가는 공안 통치의 전형으로,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돕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블랙리스트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만 의사 사회 내부에서 자성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익명의 한 의사는 "의사 커뮤니티는 기울어진 운동장 같다. 블랙리스트에 동조하며 제보하는 식의 목소리가 다수며 (블랙)리스트에 올라온 사람은 숨어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의 피해자 중에서는 자신의 신상이 공개돼 대인기피증을 겪는 경우도 있다. 서울 소재 병원에 파견된 한 군의관의 경우 이름이 공개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며 병원 측에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리스트에 피해를 본 한 의사는 연합뉴스에 "(의사들 사이에서) 정부가 잘못을 했기 때문에 저항하려면 이 정도는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이 많다"며 "범죄 행위가 소명돼서 구속한 것일 텐데,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사법당국이) 의사 죽이기로 시범 케이스를 만든 것이라는 식으로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전공의 집단이탈 상황에서 처음 블랙리스트가 등장한 것은 지난 3월 초다. 의료 현장을 떠나지 않은 전공의들의 신상이 '참의사 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의사 인터넷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서 공개됐다.

미복귀자에 대한 처벌이 가시화되던 지난 6월 말에는 같은 커뮤니티에 복귀 전공의뿐 아니라 복귀 의대생, 전공의 자리를 메우는 전임의(펠로) 등의 명단이 담긴 '복귀 의사 리스트'가 나왔다.

다음 달인 7월에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처분을 철회하면서 의료현장 복귀를 유도하자 이번에는 '감사한 의사-의대생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텔레그램 채팅방이 만들어져 의료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의 신상을 공개했다. 이번에 구속된 전공의는 이 블랙리스트를 공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응급실에서 근무 중인 의사의 명단까지 포함한 블랙리스트가 다시 등장하기도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텔레그램 채팅방, 아카이브 사이트 등으로 공개 경로를 옮기고 전공의에서 전임의(펠로), 의대 교수, 공무원과 기자 등으로 대상이 넓어지더니 응급실 근무 의사들의 명단까지 공개하며 이탈을 압박한 것이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의사들에 대해서는 실명 외에도 "불륜이 의심된다", "모자란 행동", "오지라퍼(오지랖이 넓은 사람)", "래디컬 패미니스트", "사이코 성향" 등의 악의적인 표현이 달렸다.

정부는 "블랙리스트는 환자 곁을 지키는 의료진들에 대한 조롱과 모욕이며, 개인의 자유의사를 사실상 박탈하는 비겁한 행위"(지난 12일 한덕수 국무총리)라며 엄정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18일 그동안 블랙리스트를 유포하거나 의사 커뮤니티에서 근무 중인 의사를 공개 비방한 43건을 수사 의뢰했고, 수사 기관이 3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