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빅컷’ 단행…국내 부동산 시장 영향은?

데일리한국 2024-09-22 08:00:00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빅컷’(금리 0.5%포인트 인하)에 나서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미국발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본격화하면서 한국은행 역시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국내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기준금리가 인하될 경우 부동산 매수 심리를 자극해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더욱 뛸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 기조 유지로 금리가 낮아지더라도 집값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 연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해 4.75~5.0%로 조정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단행된 대규모 금리 인하다.

연준의 빅컷으로 한국은행의 10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이자 부담에 따른 소비 위축 등 경기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한은은 늘어나는 가계 빚에 금리 인하 ‘신중론’을 고집해왔다. 이자율을 급히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함으로써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것을 경계한 행보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은은 경기를 고려한 금리 인하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폭이 역대 최대인 2%p에서 1.5%p로 축소되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지난달 기준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기준 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은이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부동산 매수심리를 자극해 집값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한은의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시장 유동성 증가로 이어지고, 은행에 묶여 있던 자금도 부동산 시장으로 넘어올 수 있다”며 “공급 부족과 전세가격 상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매수 심리가 커지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더욱 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미국이 빅스텝을 단행한 만큼 국내 부동산 시장의 기대심리를 자극하기 충분하다”고 밝혔다.

기준금리가 인하돼도 현재 국내 가계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곧바로 부동산 거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일부터 스트레스 DSR 규제를 2단계로 강화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을 때 주담대 금리에 스트레스 금리를 얹어 대출 한도를 줄이는 규제다. 스트레스 금리는 수도권 1.25%p, 그 외 지역은 0.75%p가 적용된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에 맞춰 은행권은 지난 7월부터 가산금리 조정 등을 통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줄이고, 일부 조건부 전세대출을 막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다주택자나 갭투자 등 전세대출이 막힌 상황”이라며, “기준금리가 인하돼도 엄격해진 대출, 단기 집값 상승으로 누적된 피로감 등으로 인해 주택 거래와 가격 상승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현 부동산 시장은 금리 인하 효과가 이미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하반기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전셋값 오름세와 공급 부족 우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