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배신-부담감’ 다 이겨낸 오타니 ‘50-50’, 만화보다 더 만화같은 이야기[초점]

스포츠한국 2024-09-21 06:00:00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메이저리그 사상 첫 50홈런-50도루의 금자탑을 세웠다.

심지어 오타니가 팔꿈치 부상, 가까웠던 통역사의 배신과 횡령, 대형 계약 첫해의 부담감을 모두 이겨내고 이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다는 점에서 ‘만화보다 더 만화같은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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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는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마이애미 말린스와 원정경기서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6타수 6안타(3홈런) 10타점 4득점 2도루를 기록했다. 다저스는 오타니의 활약에 힘입어 20-4 대승을 거두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오타니는 이날 경기 전까지 48홈런-49도루를 기록 중이었다. 그는 1회초부터 2루타를 작렬하며 쾌조의 타격감을 뽐냈다. 이어 1사 1,2루 윌 스미스 타석 때 3루 도루에 성공해 시즌 50번째 도루에 성공했다.

오타니는 2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1타점 적시타를 신고한 뒤 2루 도루를 만들며 51호 도루까지 기록했다.

50도루에 성공한 오타니는 50홈런을 향해 나아갔다. 그는 6회초 마이애미 조지 소리아노의 몸쪽 낮은 85.4마일 슬라이더를 받아쳐 비거리 133.5m 초대형 우월 투런 홈런을 작렬했다. 오타니의 시즌 49호포였다.

대기록까지 홈런 1개가 남은 상황. 오타니는 7회초 마이클 바우만을 상대로 좌월 투런포를 기록해 꿈의 50홈런-50도루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사상 첫 50홈런-50도루.

오타니는 마지막 타석에서 또 한 번 홈런을 쳐 3연타석 홈런과 함께 자신의 대기록을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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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가 지난해 12월 오타니에게 10년 7억달러(약 9308억원) 블록버스터급 계약을 안긴 이유는 간단하다. 오타니의 실력이다. 투수와 타자로 모두 활약 가능한 오타니는 2023시즌 투수로서 10승5패 평균자책점 3.14, 타자로서 타율 0.304 44홈런 9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66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2023시즌 막판 당한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해당 부위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재활하느라 2024시즌 마운드에 오를 수 없는 상태였다. 2025시즌은 돼야 '이도류' 영업 재개가 가능했다.

또한 역대급 계약 이후 몰려올 수 있는 부담감, 타격에 중요한 팔꿈치에 칼을 댔기에 타격감에 대한 불안함 등을 이겨내야 한다는 점이 오타니의 발목을 잡았다. 타자에 전념하는 오타니의 시즌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듯했다.

여기에 믿었던 측근마저 오타니를 배신하며 정신적 충격을 줬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개막시리즈 직후 오타니의 통역사와 매니저를 맡았던 미즈하라 잇페이가 횡령과 사기로 해임되는 일도 있었다. 10여 년간 가장 믿고 의지했던 잇페이가 오타니의 돈 수백억원을 횡령해 도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오타니 역시 시즌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FBI 참고인 조사까지 받아야 했다.

오타니는 이렇듯 수많은 장애물을 마주했음에도 단순한 호성적을 뛰어넘어 메이저리그 최초의 역사를 썼다. 그의 ‘만화보다 더 만화같은 이야기’에는 ‘고통을 이겨낸 감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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