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공연' 피아니스트 캉토로프 "특별했던 빗속 무대"

연합뉴스 2024-09-21 00:00:43

2년 만에 내한해 슈베르트 등 연주…"다양한 작곡가로 프로그램 구성"

프랑스 최초로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연주에 책임감 느껴져"

프랑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빗속에서 연주해 오히려 특별한 무대로 남았어요."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 라벨의 '물의 유희'를 연주한 프랑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가 다음 달 4∼9일 내한 공연을 앞두고 최근 화상으로 한국 취재진을 만났다.

2019년 프랑스 역사상 최초로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차지한 캉토로프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피아니스트다.

지난 7월 비 내리는 파리 센강 위 인도교에서 펼쳐진 캉토로프의 공연은 파리 올림픽 개회식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인상적인 올림픽 공연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캉토로프가 2022년 예술의전당 공연 이후 2년 만에 다시 한국 관객을 만난다.

프랑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조국인 프랑스를 대표해 올림픽 개회식 무대에 선 캉토로프는 비록 비에 흠뻑 젖은 채로 연주해야 했지만, 그 덕분에 평생 잊을 수 없는 공연이 됐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물의 유희'를 햇빛 아래서 연주했다면 이렇게까지 효과적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몸이 흠뻑 젖은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래서 이렇게 특별한 무대로 남았다"고 말했다.

캉토로프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슈베르트와 브람스,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등 다양한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한다. 다양한 작품의 연결성을 찾아보고 이를 관객에게 소개하는 것이 연주자의 책무라는 소신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그는 "연주회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해당 작품들의 연결성을 찾아보고 소개해야 한다"며 "그래서 연주회 프로그램을 다양한 작곡가의 작품으로 구성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이번 공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작곡가로는 슈베르트와 브람스를 들었다. 캉토로프는 "슈베르트와 브람스는 음악가로서의 정신이 강해서 피아노에서 어떤 소리가 날지 생각하기보다는 작품을 위해 피아노를 사용한 작곡가"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대척점에 있는 작곡가가 리스트와 라흐마니노프라고 했다. 캉토로프는 "리스트와 라흐마니노프는 작곡가이면서 피아니스트로서의 경험이 깊었다"며 "그래서 피아노 소리나 연주에 관한 부분도 염두에 두고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브람스와 리스트를 비교해 관람하는 것도 추천했다. 캉토로프는 "리스트는 대중과 소통하는 데 굉장히 열려 있는 작곡가인 반면 브람스는 내향적이면서 완벽주의자 성향이 강해 자신이 가졌던 음악적 목적을 분명히 달성했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부모님이 모두 바이올리니스트인 음악가 집안에서 자란 캉토로프는 배우기 어려운 바이올린보다 접근성이 좋은 피아노에 더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피아노는 조금만 쳐봐도 아름다운 소리가 나 바이올린보다 조금 더 끌렸다"며 "피아노를 선택했기에 부모님과 실내악을 연주할 수도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9년 프랑스 최초로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연주자가 된 캉토로프는 유명세만큼 많은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그는 "콩쿠르 우승 전에는 많은 생각 없이 무대에서 재밌고 자연스럽게 연주했지만, 우승 이후에는 제 연주에 좀 더 책임감을 가지게 됐다"며 "콩쿠르 우승으로 제가 조금 더 어른으로 성장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캉토로프의 연주는 다음 달 4일 대구 달서구 달서아트센터를 시작으로 5일 경남 통영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6일 경기 수원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8일 경기 이천 이천아트홀 대공연장,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