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 간부, 예산 없이 시설이전 진행하다 "공사비 대납" 협박(종합)

연합뉴스 2024-09-20 13:00:22

구속영장 적시…방탄창호 '재공사' 협박에 1억7천만원 대납

검찰 '시급하지 않은 공사 무리하게 추진하다 범행' 의심

용산 이전 설명하는 윤석열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대통령 경호처 간부가 2022년 윤석열 대통령 취임 무렵 예산도 확보하지 못한 채 경호 관련 시설 이전을 진행하다가 '공사 브로커 대납 요구' 범행에까지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간부는 무리하게 경호처 이전 공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브로커를 협박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김보성 부장검사)는 경호처 간부 정모씨의 구속영장에 경호처장 공관 보수공사 등 공사비 대납 혐의와 관련해 이 같은 범행 경위를 적시했다.

2022년 3월 집무실을 국방부로 이전한다는 계획이 발표됨에 따라 경호처도 기존에 국방부가 사용하던 건물 등을 이관받아 사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관련 시설 공사가 필요해졌는데, 정씨는 같은 해 5∼6월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별도의 계약 절차 없이 공사업자 A씨에게 경호처장 공관 등의 공사를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공사대금 1억7천600만원을 마련할 마땅한 방법이 없자 정씨가 이를 브로커 김모씨에게 대납시키기로 했다는 것이 검찰이 파악한 범행 배경이다.

김씨는 당시 정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용산 대통령실 본관 대통령 집무실의 방탄창호 공사를 따내 16억3천만원의 대금을 받은 상황이었다.

정씨가 이렇게 얽힌 이권 관계를 빌미로 김씨가 받은 공사대금을 갈취해 A씨에 주려고 했다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이를 위해 정씨는 A씨를 불러 김씨가 시공한 방탄 창호에 하자가 있는지 찾아달라고 했고, A씨는 "코킹(틈새) 마감에 손가락 자국이 있는 등 하자가 있는 것 같다"고 보고했다.

이후 정씨는 2022년 5월 방탄창호 공사 현장에서 김씨에게 "경호처장 공관 등을 보수해야 하는데 예산이 없으니 네가 공사비를 A에 지급해라. 그렇지 않으면 이미 설치한 방탄창호를 다 뜯어내고 전부 다시 공사하라"고 위협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정씨가 계속 트집을 잡으며 방탄창호 교체를 요구할 경우 막심한 손해를 볼 것을 우려한 김씨는 결국 그해 5∼7월 1억7천600만원을 A씨가 운영하는 건축공사업체로 입금했다.

김씨는 이를 숨기려 A씨 업체로부터 용역을 받아 대금을 준 것처럼 비용 처리하려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 등은 앞선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에서 범행 배경에 대해 "대통령실 이전이 2022년 3월 말 발표돼 같은 해 5월 10일부터 용산 신청사에서 집무가 시작돼야 하는 촉박한 일정 속에서 추진된 사업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주장과 달리 검찰은 공관 리모델링 공사 등이 시급하지 않았던 점 등에서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밀어붙이다 발생한 범행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와 김씨는 공사비 대납 외에도 방탄창호 공사와 관련해 뇌물을 주고받고 공사비를 부풀려 이득을 챙긴 혐의 등으로 지난 12일 구속됐다.

정씨에게는 제3자 뇌물수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사기·공갈 등의 혐의가, 김씨에게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hee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