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산재에 안전 강화 나선 한화오션 '통 큰 투자' 효과 거둘까

연합뉴스 2024-09-20 13:00:21

2조 투입 '안전한 조선소' 약속…노동계 "부실한 추락방지 그물망부터 당장 교체해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거제=연합뉴스) 이준영 기자 = 올해 들어 사망사고가 잇따른 한화오션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조선소'를 목표로 거액을 투자하기로 해 조선업계 눈길을 끈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최근 선진적인 안전시스템 구축을 위해 2026년까지 1조9천76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예산은 1조1천300억원 규모의 안전 상시 예산과 8천46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예산으로 구성됐다.

안전 상시 예산은 매년 확대된다. 올해는 작년보다 288억원 증가한 3천500억원, 내년에는 3천800억원, 2026년에는 4천억원이 투입된다.

신규 투자 예산은 안전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6개 분야로 나눠 편성됐다.

6개 분야는 스마트 안전시스템 구축, 선제적 노후 설비·장비 교체, 선진 안전문화 구축, 체험교육 중심의 안전 아카데미 설립, 협력사 안전 지원,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정기적 안전 평가 등이다.

또 업계 최초로 조선소 전체에 종합적인 스마트 안전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2026년까지 신규 예산 650억원을 투자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통합관제센터를 통해 조선소 곳곳의 화재나 폭발 등 위험 상황을 자동으로 감지한다.

이 외에도 노후 설비 교체에 신규 예산 7천억원을 투입하고 안전 요원 및 안전 전문가 확대 등도 추진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작업 현장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잠재요인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무재해 사업장을 만들어갈 계획이다"며 "선진적인 안전 문화를 새롭게 구축해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는 올해 들어 한화오션 내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영향이 크다.

지난 1월에만 두 차례의 사고로 협력업체 노동자가 각각 숨진 것을 시작으로 지난 9일에는 야간작업을 하던 40대 협력업체 노동자가 선박 내 30m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다.

노동자들은 대규모 투자에 앞서 현장의 위험 요소들을 개선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발생한 추락 사고 현장에는 노동자 추락을 막기 위한 그물망이 약 1m 높이로 선박 양쪽에 설치돼 있었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그물망이 탄탄하게 고정돼 있지 않고 느슨하게 연결된 탓에 그 사이로 추락했다고 노동계는 주장한다.

또 지난 5월 시행한 고용노동부의 안전보건진단에서 안전바 및 방호 시설 미흡으로 추락 재해 발생이 우려된다는 지적을 받고도 이를 조처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강조한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관계자는 "한화오션은 안전보건진단에서 추락 위험성을 지적받아 이번 사고를 대비할 수 있었음에도 조처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며 "설비 교체와 스마트 안전을 이야기하기 전에 당장 부실한 그물망부터 바꾸는 게 우선이며 말뿐인 투자와 계획은 노동자를 지켜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안전시설 등 외형적인 투자에 그치지 않고 생산 공정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한화오션 노조) 관계자는 "공사가 지연될수록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시간에 쫓겨 잔업과 야간작업이 늘어나고 불안전해진 환경에서 안전사고 발생 위험도 커진다"며 "생산 공정 일정을 철저히 지킬 수 있도록 인력을 충분히 공급하는 등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