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내년 XR기기 출시 불투명…계획 전면 수정

데일리한국 2024-09-20 10:55:07
삼성전자가 2018년 출시한 VR헤드셋 '오디세이 플러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2018년 출시한 VR헤드셋 '오디세이 플러스'.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전자가 소비자용 확장현실(XR) 기기 출시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애플 '비전 프로'의 흥행 실패, LG전자가 XR 관련 조직을 해체한 상황에서 서둘러 제품을 내놓아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XR 기기 출시 일정을 내부적으로 확정하지 않고 제품을 개발 중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구글, 퀄컴 등과 협력해 올해 4분기 소비자용 XR 기기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 시점은 내년 1분기로 미뤄진 뒤 현재는 계획이 불투명해졌다.

삼성전자가 XR 기기 출시에 소극적인 것은 기술적 어려움보다는 시장성에 대한 고민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XR 산업에 대해선 긍정적 전망이 많지만 산업용을 제외한 소비자용 중에서 고사양 제품 수요는 많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XR 기기 비전 프로는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약 17만대가 팔렸다. 전망치 30만~40만대와 비교하면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올해 상반기말 기준 2000개 정도였다. 아이폰용 앱은 앱스토어 출시 해인 2008년말 기준 1만개 정도였다. 2세대 비전프로는 1세대 제품의 흥행 실패 영향으로 빨라야 2026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백기를 드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메타와 손잡고 내년초 XR 기기를 출시하려 했으나 이를 백지화했다. XR 사업을 담당하던 200여명은 다른 사업부로 뿔뿔이 흩어졌다.

메타의 경우 프리미엄 혼합현실(MR) 헤드셋 개발 프로젝트를 최근 중단했다. 증강현실(AR) 스튜디오 '메타 스파크' 사업도 내년 1월14일부로 종료한다. 메타 스파크는 AR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다.

애플의 XR 기기 '비전 프로'. 사진=애플 제공 애플의 XR 기기 '비전 프로'. 사진=애플 제공

삼성전자가 내년 안에 XR 기기를 출시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LG전자처럼 전면 백지화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제품을 출시하지 않을 경우 소니와 같은 협력사에 개발비를 물어줘야 하고, 특히 애플과 경쟁할 동력을 상실하는 것이 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제품에 들어갈 디스플레이를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받을 계획이었지만 이를 소니로 변경했다. 소니는 화이트(W)-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방식의 올레도스를 공급한다.

올레도스는 기존 유리기판 대신 실리콘 웨이퍼 위에 유기물을 증착해 만드는 디스플레이다. 소니는 비전프로에 공급했던 것과 비슷한 사양의 디스플레이를 삼성전자에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XR 기기 개발에 힘을 빼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관련 생태계 조성은 늦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시간을 두고 상황을 지켜보는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XR 기기 출시는 연기됐다"면서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