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 것도 있을까" 찾지 않은 보험금 7000억원…이해·안내 부족이 원인

데일리한국 2024-09-20 09:45:00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계약자가 찾아가지 않은 보험금이 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휴면 보험료가 쌓이면서 업계에서는 각종 서비스와 캠페인을 통해 보험금 청구를 유도하면서 점차 규모를 줄이고 있지만 일각에선 소비자 보호와 금융 시스템의 신뢰성을 언급하며 보험사와 정부의 시스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보험사가 보유한 휴면보험금은 7127억원으로 집계됐다.

휴면보험금은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됐지만 계약자들이 찾아가지 않아 보험사에서 보관하고 있는 환급금·보험금이다.

휴면 보험금 7127억원 중 생명보험업권의 휴면 보험금이 4873억원으로 전체의 68.4%를 차지했다. 손해보험업권 휴면 보험금은 2254억원(31.6%)을 기록했다.

보험사별로 보면 삼성생명이 108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화생명(554억) △동양생명(511억) △NH농협생명(472억) △신한라이프(43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 휴면보험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손해보험업계는 △삼성화재(347억원) △한화손보(343억원) △현대해상(266억원) △MG손해보험(264억원) △롯데손해보험(247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지급하지 못하는 보험금이 매년 수백억 이상 쌓이고 있다"며 "해당 금액을 더 빠르게 계약자에게 돌려주려면 법적 규제가 완화되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 보험 가입 99%지만 받지 못하는 사례 다수

업계에서는 휴면보험금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가입내역 인지 부족 △보험사 안내 부족 등을 꼽았다. 우리나라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 99.1%(2020년 기준 보험연구원 집계)에 이를 정도로 보험은 소비자에게 친숙한 금융상품이지만 본인의 보험 가입 내역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또 소비자들이 청구 시기나 절차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을 놓치는 사례도 다수 발생하고 있으며 보험에 가입한 계약자가 사망하면서 해당 보험금이 보험사에 귀속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보험사들이 이러한 휴면 보험금을 적극적으로 안내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휴면 보험료가 쌓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사 관계자는 "유선 전화나 이메일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계약만료를 설명하고 보험금 신청을 장려하고 있지만 신청을 하지 않는 계약자의 보험금을 보험사가 마음대로 처리할 순 없다"며 "향후 규정이 바뀌면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부터는 휴면 보험금 규모가 줄고 있다. 2022년 말 8136억원 규모였던 보험업계 휴면 보험금은 지난해 말 8129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이 기간 생명보험사가 보유한 휴면보유금은 5825억원에서 5593억원으로 4%가량 줄었지만 손해보험사 휴면 보험금은 2311억원에서 2536억원으로 9.7% 늘었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작년 말보다 12.3%가량 전체 휴면 보험금 규모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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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서비스 통해 보험금 찾기 가능

이러한 휴면 보험금 증가를 막기 위해 업계에서는 각종 서비스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도 실시간 보험 가입 내역을 조회할 수 있고 손쉽게 숨은 보험금을 확인해 청구할 수 있는 '내보험 찾아줌' 서비스를 통해 계약자의 청구를 돕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보험 가입자와 보험수익자가 보험금 확인 후 지급 계좌를 입력해 숨은 보험금을 일괄 청구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다. 본인의 보험 정보를 별도의 회원 가입이나 비용 부담 없이 확인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또 보험업계는 매년 금융위원회와 '숨은 내 보험 찾아주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숨은 보험금이 있는 보험 소비자에게 주민등록상 최신 주소로 안내우편을 발송하고 있으며 피보험자 사망으로 보험금이 발생했지만 자녀 등 상속인이 이를 알지 못해 찾아가지 않은 사망보험금도 안내하고 있다.

이강일 의원은 "휴면 보험료 문제는 단순히 미청구된 보험금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 보호와 금융 시스템의 신뢰성에 직결된 문제다"라며 "보험사와 정부의 시스템 개선 노력과 함께, 소비자들도 자신이 가입한 보험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