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기남 등 당 원로 기록영화 제작…대 이은 충성 부각

연합뉴스 2024-09-19 00:00:12

최태복·김경옥·양형섭도 소개…김기남 생전 마지막 메모도 공개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토론하는 김기남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북한이 지난 5월 사망한 김기남 전 노동당 선전 담당 비서 등 김정은 권력 승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당 원로들의 일생을 담은 새 기록영화(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최근 공개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6일 저녁 '빛나는 삶의 품 제33부, 영원히 붉은 당기와 함께'를 방영한 후 이를 거의 매일 재방영 중이다.

1시간 20여분의 분량인 해당 기록영화는 김기남을 비롯해 최태복 전 최고인민회의 의장, 김경옥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양형섭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 최근 사망한 당 원로들의 생전 활동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김기남은 북한 체제 선전과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 3대 세습 정당성 확보와 우상화 작업에 몰두한 인물이다.

김기남을 '권위 있는 이론가, 저명한 정치활동가'로 표현한 영화는 김정은이 그를 매우 아낀 점을 강조한다. 김정은과 함께 백두산에 오른 일, 김기남의 85번째 생일날 보낸 김정은의 친필 축하 편지 내용 등 김 위원장과의 각종 인연 등을 나열한다.

영화는 김기남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작성한 메모도 공개했다.

"경애하는 김정은 장군님 만세, 우리 당 만세, 조선의 미래 만세"라는 글귀가 비뚤배뚤하게 적힌 메모는 2024년 3월 28일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며 '전사 김기남'라는 문구도 함께 쓰여 있다.

KT. 김정은에 머리 숙여 인사하는 北 고위관리들

지난 1월 사망한 최태복은 1998∼2019년 최고인민회의 10∼13기 의장을 지내 북한에서 해당 보직을 가장 오래 맡았던 인물이다. 김기남과 함께 김정은 집권 후 노동당을 장악하는 과정을 도왔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영화는 김일성, 김정은이 최태복을 늘 '박사 비서'라고 불렀다며 그가 과학기술·교육을 통해 미래를 담보해야 한다는 김정은의 지침을 보좌했다고 설명했다.

최태복과 같은 달 사망한 김경옥에 대해 영화는 "최고 사령관(김정은) 동지의 유일적 영군 체계가 확고히 선 일심 일체의 대오로 다져나가는 데 불같이 헌신해 온 노전사"라고 칭송했다.

2022년 5월 사망한 양형섭은 "위대한 김정은 동지를 유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국가기구체계를 수립하고 법적으로 규제하는 사업에 온 심혼을 다 바쳤다"고 설명했는데 김정은 집권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 정비에 양형섭이 힘썼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빛나는 삶의 품' 영화는 당과 인민에 헌신하는 다양한 간부들의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다. 지난 2022년 6월 공개된 '빛나는 삶의 품 제32부, 태양의 가장 가까이에서'는 김정은의 후계교육 스승이었던 현철해 전 국방성 총고문의 일생을 전했다.

당정 원로들에 대한 기록영화를 별도 제작하는 것은 원로들의 김정은 일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헌신과 이들을 각별하게 대우하는 김정은의 모습을 부각해 주민들의 충성심을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가 크다.

kiki@yna.co.kr

연합뉴스

클릭하면 해당 콘텐츠 제공사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