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마에 겉옷도 벗었는데’... ‘울산 벼락실점 패배’에 감독도 허망함 가득[현장 메모]

스포츠한국 2024-09-18 20:54:06

[울산=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K리그1 디펜딩 챔피언’ 울산 HD가 올 시즌 아시아 무대 첫 걸음을 아쉬운 패배로 마쳤다.

마치 지휘자처럼 차분하다가도 열정적인 세리머니를 펼치는 ‘판마에(판곤+마에스트로)’ 김판곤 울산 감독도 이날은 화끈하게 기쁨을 표출할 수 없었다.

경기가 풀리지 않는 와중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김판곤 울산 감독.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경기가 풀리지 않는 와중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김판곤 울산 감독.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울산은 18일 오후 7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1차전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 홈경기에서 0-1로 패했다.

ACLE는 2024~2025시즌부터 아시아 대륙 상위 24개 팀(동아시아 12, 서아시아 12)이 참가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울산은 지난 시즌 K리그1 우승팀 자격으로 아시아 최상의 클럽 대항전인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

동아시아 지역 리그 스테이지는 17일 1차전을 시작으로 2025년 2월19일 8차전까지 약 5개월에 걸쳐 열린다. 팀당 홈과 원정 경기를 각각 4경기씩, 총 8경기를 소화한다. 리그 스테이지가 끝나면 동아시아, 서아시아 리그 상위 8개 팀이 16강에 진출한다.

2012년과 2020년 아시아 정상에 섰던 울산이 5년 만에 우승컵 탈환에 도전한다. 울산의 첫 상대는 J리그의 가와사키.

4년 연속 맞대결이다. 울산은 2021년 9월14일 ACL 16강에서 가와사키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2 승리를 거두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2022년에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말레이시아 조호르에서 중립 경기가 열렸다. 한 조에 편성됐고, 울산은 4월15일 1-1 무승부를 거두고, 4월27일 3-2로 이겼다.

울산은 지난해에도 가와사키와 한 조에 묶였다. 2023년 10월3일 원정에서 0-1로 패했으나 12월12일 최종전에서 먼저 2실점 후 따라붙는 저력을 발휘하며 2-2 무승부를 챙겼다. 이날 전까지 상대전적 5경기 1승3무(2021년 16강 승부차기는 공식 무승부)1패로 백중세다.

울산은 이날 가와사키 후방 빌드업 때부터 상대를 적극적으로 압박하며 공 소유권을 가져오고자 했다. 자신들이 뒤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할 때에는 짧은 패스와 측면 넓게 벌린 선수를 향한 긴 패스를 섞어가며 전진했다.

단정한 양복 차림으로 경기 지휘에 임한 '판마에' 김판곤 울산 감독.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단정한 양복 차림으로 경기 지휘에 임한 '판마에' 김판곤 울산 감독.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김판곤 울산 감독은 별명인 ‘판마에’답게 양복을 갖춰 입은 채 근엄하게 서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차분하게 선수들의 위치를 조정하는 모습은 정말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연상케 했다. 선수들의 패스 정확도가 아쉬울 때는 탄식을 뱉기도 했다. 김 감독의 조용한 리액션 속에 전반전은 0-0으로 마무리됐다.

김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아타루, 루빅손, 아라비제라는 공격적인 외국인 자원들을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김 감독은 라커룸서 열띤 지시를 했는지 겉옷을 벗고 셔츠 차림으로 후반전에 임했다.

하지만 축구는 뜻대로만 되는 스포츠가 아니었다. 후반 9분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드리블해 결대로 감아 때린 가와사키 외국인 미드필더 마르시뉴의 오른발 슈팅이 울산 골문 오른쪽에 꽂히며 실점으로 이어졌다. 한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 수문장이기도 한 조현우 울산 골키퍼가 온 몸을 뻗었지만 막을 수 없었다.

공격에 힘을 줬음에도 오히려 실점하자 김 감독은 허리에 손을 얹은 채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 선수들을 독려하고 다시 차분함을 되찾았지만, 아쉽게도 가와사키의 육탄 수비에 막혀 동점골 사냥에 실패하고 홈에서의 ACLE 첫 경기를 패배로 마쳤다.

울산이 김 감독 부임 이후 이날 전까지 공식 경기에서 5승1무1패로 좋았고, K리그1 단독 1위까지 되찾았기에 호적수인 가와사키와 대결도 기대해볼만 했다. 하지만 감독의 겉옷까지 벗게 할 만큼 더운 날씨와 아쉬웠던 경기력은 K리그1 챔피언에게 쓰라린 홈 패배를 안겼다.

실점 직후 아쉬워하는 김판곤 울산 감독의 뒷모습.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실점 직후 아쉬워하는 김판곤 울산 감독의 뒷모습.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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