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버트 "도심호수에 랍스터…사람들 일상에 스며들게 하고파"

연합뉴스 2024-09-08 09:00:35

롯데월드몰 개장 10주년 전시

팝아트 작가 필립 콜버트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마블 영화를 보면 도심에 킹콩이 걸어 다니잖아요. 실제 도심 호수에 랍스터가 둥둥 떠다니는데 재밌지 않나요?"

지난 6일 서울 잠실 석촌호수에 커다랗고 새빨간 집게를 물 위에 올려놓은 채 튜브를 탄 랍스터(바닷가재) 풍선이 떴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팝아트 작가 필립 콜버트(45)의 작품이다.

'차세대 앤디 워홀'로 불리는 콜버트가 롯데월드몰 개장 10주년을 기념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랍스터 원더랜드'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랍스터를 자신의 예술적 자아로 여기며 회화, 조각, 영상 등 여러 방면에서 랍스터를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스스로를 '랍스터맨'이라고 부르며 랍스터를 동족이라고 생각해 해산물도 먹지 않을 정도다.

석촌호수에 띄운 대형 랍스터 풍선은 약 16m 높이로 지금까지의 콜버트 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크다.

콜버트는 이날 롯데월드몰 넥스트 뮤지엄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모두를 위한 예술을 선보일 완벽한 기회"라며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시의 상징적인 위치에서 작품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고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공공장소에 설치된 대형풍선이나 조형물은 그 도시와 사람들이 상호작용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며 "작품이 폐쇄된 갤러리 밖으로 나와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게 된다는 점도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모두를 위한 예술을 하려고 노력해요. 이런 작품(공공미술)은 어린아이부터 노인, 예술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까지 즐길 수 있잖아요. 길을 걷다 예상치 못하게 거대한 랍스터를 마주했을 때의 놀라움, 그런 순간들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게 즐거워요."

석촌호수에서 랍스터 원더랜드

콜버트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석촌호수는 도시를 비추는 '거울'로 여기고 작품이 도시에 녹아드는 데 공을 들였다고 했다.

그는 "공공미술 작품은 콘크리트 건물 일색인 회색빛 도시에 창의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다"며 "애니메이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장치를 추가하면 도시에 좀 더 판타지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콜버트는 "이것이 바로 예술이 자유롭게 세상을 재창조하는 힘"이라며 "나는 판타지와 현실 세계로 오가며 판타지를 현실로, 현실을 판타지로 잇는 역할을 한다. 초현실적인 경험을 선사해 사람들이 꿈꿀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례로 그는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당시 코로나19를 문어에 비유해 랍스터가 상어 옷을 입고 이에 대항하는 작품을 선보여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건네기도 했다.

콜버트는 또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점을 팝아트의 장점으로 꼽았다.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한때는 자기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기도 한 그가 팝아트에 빠진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팝아트는 세상을 재창조하는 시각적 언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콜버트는 "내가 생각하는 철학을 글로만 쓰는 게 아니라 남들에게 보여주고 실천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하고 싶어 예술의 길을 선택하게 됐다"며 "팝아트는 스팸, 켐벨 수프 통조림 등 누구나 보면 알 수 있는 상징들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쉽게 표현하게 해준다"고 자부했다.

이어 "이번 전시에서 많은 분이 작품을 보자마자 깊이 생각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기념 촬영을 하는 필립 콜버트

ae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