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패키징 인재 찾기 골몰...차세대 반도체 지연 우려

데일리한국 2024-07-03 15:04:34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패키징 인력 충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는 반도체 기술 경쟁이 회로 선폭을 좁히는 미세공정보다 패키징에 더 집중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최근 경력직 채용 공고를 내고 어드밴스드패키징(AVP)사업팀, 테스트앤시스템패키징(TSP)총괄 등에서 인재 모집을 시작했다.

AVP사업팀은 기존 패키징보다 차세대 기술의 개발·양산·테스트·출하 등을 담당한다. 최근 2.5D 패키징 수요 확대 및 3D 패키징의 잠재 수요를 감안할 때 인력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AVP사업팀의 인력 규모를 지난해 말 기준 1600여명에서 올해 말 3000여명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입 공채, 경력직 채용을 공격적으로 하는 한편 다른 사업부 인력을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인력을 충원한다.

TSP총괄도 덩치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내에만 5500여명의 임직원을 갖춘 대규모 조직으로 DS부문 안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크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목표만큼 많은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까지 반도체 기술 경쟁력의 승부처는 전공정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았던 패키징(후공정)에서 경험을 갖춘 인재를 찾는 것이 어렵다. 인력 수급이 재때 안될 경우 차세대 반도체 개발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패키징은 전문인력 풀이 특히 작은 분야"라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 어드밴스드 패키징과 관련해 고급인력을 찾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사진=삼성전자 제공

SK하이닉스도 패키징 분야 인재를 찾고 있다. 이 회사는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 분야에서의 성과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3D 패키징과 칩렛 등이 새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인력이 많이 필요해졌다. 현재 SK하이닉스에서 패키징을 담당하는 인력은 수백명 규모로 추정된다. 여기 포함된 칩렛 관련 인력은 100명을 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회사는 신규 채용과 함께 다른 사업부 인력을 패키징에 배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인재를 충원하고 있다.

3D 패키징은 반도체 성능과 면적 효율성을 높이는 미래 기술로 주목받는다. 특히 로직칩과 메모리반도체를 다이렉트로 붙이면 신호 이동 거리가 짧아져 속도가 크게 향상된다.

칩렛은 여러 개의 칩을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콘셉트로, 웨이퍼 개별 칩(다이)을 여러 개로 쪼개서 별개의 칩으로 만든 뒤 이를 다시 결합하는 방식이다. 칩렛은 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이점으로 10여 년 전 주목받았으나 칩을 결합하는 기술의 난도가 높아 진척이 더뎠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앞으로 회로선폭을 좁히는 반도체 기술 경쟁보다는 패키징 분야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드밴스드 패키징을 통해 고성능·저전력·초소형 반도체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가장 선단공정인 3나노보다 회로선폭을 1나노 더 좁히기 위해선 천문학적인 비용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미세공정을 구현하는 데 필수인 ASML의 하이NA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1대당 최소 2억9000만달러(약 4000억원)에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비를 구입하지 않고는 2나노 미만의 회로선폭을 구현하는 게 어렵다. 이보다 진보한 하이퍼NA EUV 장비는 7억2400만달러(약 1조63억원)에 판매될 것이라고 트렌드포스는 분석했다.

한편 삼성전자 DS부문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경력 사원을 대거 모집한다. 패키징 관련 인력 외에도 △메모리사업부 △시스템LSI사업부 △파운드리사업부 △CTO △제조&기술담당 등 800여개 직무에서 경력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