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때 처음 만난 70대 부부 ‘동반 안락사’…한날한시 세상 떠나

데일리한국 2024-07-03 13:39:29
사진=BBC 캡처 사진=BBC 캡처

 

[데일리한국 신지연 기자] 유치원 시절 처음 만나 50년을 함께한 네덜란드 부부가 동반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29일 BBC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 부부 얀 파버(70)와 엘스 반 리닝겐(71)이 지난 6월 3일 의사로부터 약물을 투여받고 함께 숨졌다.

유치원 시절 처음 만난 얀과 엘스는 20대에 결혼해 아들 한 명을 낳았다.

부부는 바다를 좋아해 결혼 생활 대부분을 모터홈이나 보트에서 보냈고, 화물선을 구매해 상품 운송 사업을 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부부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10년 넘게 무거운 화물을 옮겨가며 일한 얀은 허리 통증으로 2003년 수술을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엘스 역시 2018년 교사직에서 은퇴한 뒤 치매 초기 증상을 보였고, 2022년 11월 치매 진단을 받았다.

부부는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아들과 동반 안락사를 논의했다. 얀은 "진통제를 많이 먹으면 좀비처럼 살아야 했다"며 "내가 겪고 있는 고통과 아내의 치매를 생각했을 때 이 삶을 멈춰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들은 부모가 동반 안락사하는 것을 만류했지만, 결국 '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데 결론이 닿았다.

안락사 당일 아침, 부부의 가족과 친구들이 지역 호스피스에 모였고, 의사가 도착하기 전 2시간 동안 추억을 나누며 노래를 불렀다.

이후 부부는 의사로부터 치명적 약물을 투여받고 함께 생을 마감했다.

한편 네덜란드에서는 안락사와 조력 사망이 합법이다. 개인이 자발적으로 요청하고 의사가 ‘신체적 혹은 심리적 고통을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개선 전망이 없을 때 가능하며, 두 명의 의사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한다.

2023년 네덜란드에서는 안락사를 택해 9068명이 사망했고, 이는 전체 사망자 수의 약 5%에 해당한다. 동반 안락사 사례는 33건으로 총 66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