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증권사, 쉬운 수익원 매달리지 말고 '한국판 엔비디아' 발굴해 자본 공급해야"

데일리한국 2024-07-03 13:45:04
3일 서울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증권회사 CEO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3일 서울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증권회사 CEO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증권사는 단순 브로커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신뢰받는 페이스메이커가 돼야 한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손쉬운 수익원을 찾았던 증권업계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한국판 엔비디아를 발굴해 이들에 양질의 자금을 공급해 주기 바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일 서울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증권회사 CEO 간담회'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올해 1월 24일 진행된 간담회에 이어 두 번째로, 자본시장 선진화 및 증권업계의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이복현 금감원장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16개 증권사 CEO가 참석했다.

먼저, 이복현 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자본시장 선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자본시장에서 혁신의 불씨를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상속세 완화를 비롯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구축, 금투세·배당세와 같은 자본시장 세제 합리화 등 자본시장 선진화 과제들은 종합적으로 논의돼야 하며, 특정 이슈가 이념이나 정파 간 소모적인 논쟁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페이스북(현 메타)의 핵심 가치인 'Move Fast and Break Things'(무언가 깨트릴 정도로 빠르고 과감히 행동해 낡은 것을 변화시킨다)를 인용하며 "늦어도 하반기까지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해당 과제들을) 사회적 총의를 모아 해결해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서는 증권사의 적극적인 역할과 협조가 중요하다며 증권사 CEO에게△혁신기업 발굴과 모험자본 공급 △매력적인 투자환경 조성 △내부통제를 통한 건전한 조직문화 정립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를 요청했다.

먼저, 이 원장은 부동산 PF 등 손쉬운 수익원을 찾았던 업계 관행에서 벗어나고 혁신기업을 발굴해 이들에게 모험자본을 공급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면밀한 검토 없이 따라하기식 투자결정으로 선량한 투자자의 피해를 유발했던 부동산·대체자산 위주의 쏠림에서 탈피해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AI·빅데이터를 비롯한 유망 산업의 혁신기업에 양질의 자금을 공급하는 '핵심 공급자'(Core Provider)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투자자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금융투자 상품의 다양화, 디지털화 등을 노력해야 하고, 공매도 전산시스템 등 제도개선안이 원활하게 안착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또 "불법행위로 제재받은 임직원이 다른 회사로 이직해 동일 업무에 종사하는 등 안일한 업계 관행으로 인해 고객에 대한 신의성실의무가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CEO들에게 내부통제의 최종 책임자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잘못된 조직문화와 업계 질서를 바로잡아 달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이 원장은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해 충분한 충당금 설정 및 선제적 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해달라고 했다.

한편,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발표한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과 관련해 지난달 28일 '신규 자금 공급 시 자산건전성 별도 분류 허용', '재구조화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재평가 근거 마련' 등 4개 과제에 대한 비조치의견서를 추가로 발급해 한시적인 금융 규제 완화 조치를 모두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