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교장공모제 무자격 B중학교, 학부모 운영위원장 악성 민원인으로 밝혀져

데일리한국 2024-07-03 11:25:30

[부산=데일리한국 이가현 기자]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3월부터 두 달간 49개 중앙행정기관, 243개 지방자치단체, 17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악성 민원 실태조사’를 벌였다.

권익위 조사 결과 지난 3월 기준 총 2784명이 악성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5회 이상 상습적이고 반복적으로 동일한 민원을 제기하는 행위, 폭언·폭행·협박 등 범죄형 민원, 인터넷상 개인 신상 폭로와 이른바‘좌표 찍기’등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를 수집한 결과이다.

최근 무자격 교장공모제 B 중학교의 반복되는 악성민원에 시달리던 부산시교육청 장학사 A(48·여)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악성 민원인 중 한 명이 학부모 위원장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장학사 A 씨는 부산 한 학교 교장공모제 미지정 재검토를 요구하는 학부모 민원에 시달린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지역 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실제로 국민신문고, 부산시교육청 게시판, 내부 개인망, 사무실 내선전화, 항의 방문 등의 방식으로 민원을 받았으며, 다른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를 통해 장학사 A 씨와 학부모가 부산시교육청 내선전화로 나눈 12분 58초짜리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입수했다.

이 녹취록은 장학사 A 씨가 숨지기 9일 전인 지난달 18일 통화 내용이다.

통화 내용을 살펴보면 한 학교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 위원장 B씨가 '반복적인 민원'을 제기한 정황이 포착된다.

학부모 위원장은 장학사 A 씨에게 내선전화를 통해 민원을 제기했다. “학부모 의견수렴이 몇 프로 이상 되어야지 교장 공모에 지정가능하냐?”, “미리 알려줬으면 더 홍보를 했을꺼 아니냐 1등을 했는데 100점이 아니라고 1등을 인정 못하겠다는 거냐?”, “시험 범위를 가르쳐줘야 학생이 공부를 하지않냐?”는 등 심사와 관련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는 장학사 A씨를 몰아붙이며 무리한 요구를 반복적으로 한 정황이 포착됐다.

또한 “7일이면 할 수 있는 것을 14일까지 왜 연기하냐?”, “우리 재지정 요구를 받아주면 반대하는 사람들의 반발이 걱정돼서 이러는 것이냐?”, “오늘 온 공문도 내용 그대로던데 복사해서 붙인거냐?”, “학생은 다르게 질문하는데 선생님은 처음 했던 답을 계속 하시네 이러니 해결이 안되는거 아니냐”며 쏘아붙였다. 

이어 “다른 학교들의 평균 찬성률이 몇%인지 공개를 해라 그래야 우리가 포기를 하지 않겠나?”, “공문 답변도 일주일 이상 성의 있게 보낼 것처럼 시간을 끌더니 결국 온 게 다섯줄도 안되고 내용도 똑같아”, “완전 무시하던데 니가 아무리 떠들어 봐라 라는 식으로”, “교육감 찾아갈까?”, “교육감 만날려면 어떡해야 하냐?"며 발언을 쏟아냈다. 

취재결과 교장공모제 학부모 의견수렴 부분에서 다른 학교에 비해 B중학교는 월등히 떨어지는 지표를 얻은 것으로 밝혀졌으며, 심사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장학사가 내용을 공개할 수 없도록 규정이 돼있다. 

장학사 A씨는 "복사해서 붙였다기보단 해당 질문 내용에 저희가 줄 수 있는 답변을 드린 것으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 "신중하게 검토했다라고 말씀드린다”, "지난번에 오셔서 말씀드릴 수 있는 범위에 대해 전했다”, "교장 선생님도 오셔서 과장님과 면담했다” 등으로 답변했다.

지난 5월 22일 부산시 교육청이 교장공모제 대상에서 해당 학교를 제외시키자 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까지 나서 공모제 재지정을 요구하는 민원이 본격적으로 거세지기 시작했으며, 한 달 새 교육청에 접수된 민원만 40여건에 달했으며, 여러 차례 교육청을 찾아 격하게 항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과정에서 교장공모제 담당자들에게 “쓰레기같은 공문을 보냈다”는 등 수차례 고성을 지른 것으로 밝혀져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교육청은 감사관을 중심으로 관련 민원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으며, 조사가 끝나는대로 재발방지 대책 발표와 함께 해당 악성민원인들을 형사고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