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원 드릴게요" 카드사 현금성 마케팅 여전히 성행…'체리피커' 양산 우려

데일리한국 2024-07-03 10:50:00
금융 플랫폼 토스 내 이벤트 화면. 사진=토스. 금융 플랫폼 토스 내 이벤트 화면. 사진=토스.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카드사의 현금성 마케팅이 여전히 성행하면서 '출혈 경쟁' 논란도 커지고 있다. 고객 유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지만 '체리피커(실속형 소비자)'·휴면카드 급증 등 카드사의 마케팅 구조는 물론 건전한 소비 형태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당국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5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카드 모집 마케팅 과열을 막기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경쟁은 줄어들지 않으면서 업계에서는 추후 회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축소되거나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카드사들은 최근까지 온라인 채널을 통해 유입된 신규회원을 대상으로 캐시백 혜택을 주고 있다. 캐시백은 최소 3만원부터 최대 10만원 수준이다. 카드사들은 자체 앱 등 온라인 페이지에서 신규회원을 모집하거나 토스, 카카오페이 등 각종 플랫폼을 통한 신규 카드 발급을 통해 캐시백 중 하나의 혜택을 증정하고 있다

캐시백 공통 조건은 최근 1년 해당 카드사에서 동일한 혜택을 본 경험도 없어야 하고 카드 신청일 기준 6개월 이내 해당 카드사 이용 실적이 없는 신규회원이지만 이미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효율적인 캐시백 방법까지 공유되면서 많은 신규 회원이 캐시백 혜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카드사들은 지난해부터 맞이한 업황 악화로 인해 알짜카드 발급 중단이나 제공 혜택 축소 등의 전략을 어느 때보다 강하게 이어가고 있지만 신규 카드 판매를 위한 현금성 마케팅은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또 대면 채널에서는 신용카드 모집인들의 현금 제공 등 불법 영업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연회비 2만원 내외의 신용카드 한 장을 발급하면 12만~15만원 상당의 현금을 주는 이벤트로 고객을 유인하는 것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지금의 소비자들은 당장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없으면 카드 가입을 하지 않는다"며 "회사 차원에서도 출혈이 크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경쟁 속 휴면카드·체리피커 매년 증가

카드사들이 과열 논란에도 현금성 이벤트를 꾸준히 진행하는 이유는 새 고객 유치 경쟁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을 통한 가입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가입 채널 다변화로 이어졌고 카드 모집인을 통한 가입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가입도 늘면서 관련 마케팅 역시 증가했다.

또 온라인 채널을 통해 모집을 하면 카드 모집인을 통한 유치보다 비용이 3분의 1가량 적게 들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이렇게 절약된 비용을 소비자에게 직접 줄 수 있어 마케팅 효과도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모집인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사의 마케팅은 플랫폼 위주로 가고 있다"며 "다만 과도한 현금성 이벤트는 수익성, 비용 구조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어느 정도 상한선을 설정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러한 현금성 이벤트 마케팅이 △휴면카드 증가 △체리피커 양산 △회원 혜택 축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무분별한 카드 가입이 이어지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휴면카드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1분기 말 기준 카드사 및 은행에서 발급된 휴면 신용카드 수는 1618만4000장을 기록한 후 △2023년 2분기 말 1670만6000장 △2023년 3분기 말 1716만4000장 △2023년 4분기 말 1779만장로 집계됐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 연말에는 1900만장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휴면카드와 더불어 '체리피커' 역시 매년 증가 추세다. 체리피커는 캐시백을 받기 위해 매달 일정 금액 이상 해당 카드를 사용하고 기존 카드 사용은 하지 않는 소비자를 뜻한다. 체리피커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방법을 공유하고 혜택만 받은 다음 카드를 해지하는 등의 일명 '풍차 돌리기' 재테크를 지속적으로 하고 진행 중이다. 온라인 카페에서는 카드 신규 발급과 해지를 반복하는 이용자들의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신용카드 모집 경쟁이 과열될 경우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 급증을 초래하고 결국 다수의 카드 회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축소되거나 없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규제 완화를 통해 출혈 경쟁을 막겠다고 나섰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시행된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통해 신용카드 신규 모집 시 경제적 이익 제공 한도가 연회비의 100%로 변경됐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미 100%를 크게 초과하는 현금을 주는 마케팅이 성행하다 보니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이러한 현금성 마케팅을 제한할 수 있는 마땅한 장치가 없다"며 "법적으로 연회비 관련 혜택을 막아도 이용 실적에 따라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규제가 없기 때문에 관련 마케팅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