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타자 피안타율 5할… 정우영 8회 투입, 패착이었다[초점]

스포츠한국 2024-07-03 06:30:00

[고척=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8회초까지 1점차 리드를 안고 있는 상황. LG 트윈스는 '홀드왕출신' 정우영(24)을 8회말 투입했다. 하지만 정우영은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3실점을 내주며 패전의 멍에를 안았다. 좌타자에게 약한 정우영이 김혜성, 송성문, 최주환을 견디지 못한 결과였다.

LG는 2일 오후 고척 스카이돔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2-4로 졌다. 이로써 LG는 올 시즌 45승2무37패를 기록하며 2위를 유지했다.

정우영. ⓒ스포츠코리아 정우영. ⓒ스포츠코리아

LG는 이날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의 호투와 박해민의 솔로포를 앞세워 8회초까지 2-1로 앞섰다. 승리까지 6개의 아웃카운트를 실점없이 막으면 됐다.

문제는 8회초였다. 7회초 ‘필승조’ 김진성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가운데, 마무리투수 유영찬에게 바통을 이을 투수가 필요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8회말을 책임질 불펜투수로 정우영을 낙점했다.

정우영은 KBO리그 통산 23승22패 8세이브 110홀드를 기록한 잔뼈 굵은 투수다. 2022시즌엔 홀드왕까지 거머쥐었고 올 시즌엔 퀵모션 조정으로 인해 최근에서야 1군 필승조로 합류했으나 10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90을 기록했다. 8회에 나올 수 있는 투수임에는 분명했다.

하지만 우완 사이드암 투수인 정우영은 좌타자에게 매우 약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무려 0.412였다. 정우영은 우타자에게는 몸쪽으로 휘어지는 투심과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슬라이더로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좌타자에게는 사구의 위험성 때문에 슬라이더를 주로 구사하지 못하고 밋밋한 투심만 구사한다. 좌타자만큼은 피해야하는 유형이다.

그런데 8회 키움 타선은 좌타자 김혜성, 송성문, 최주환이 연달아 나올 차례였다. 이들은 키움을 대표하는 좌타자들로서 3,4,5번에 배치됐다. LG로서는 정우영 대신 다른 투수가 나왔어야 했다.

정우영. ⓒ스포츠코리아 정우영. ⓒ스포츠코리아

물론 LG는 최근 필승조가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었다. 또다른 우완 사이드암인 박명근은 부상이고 좌완 필승조 김유영도 2군으로 내려갔다. 활용할 만한 자원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부활 기미를 보이고 있는 백승현이 있었다. 백승현은 올 시즌 포크볼을 장착해 좌타자들에게도 좋은 승부를 펼쳤다. 백승현의 좌타자 피안타율은 0.227이었다. 7회초를 공 13개로 마무리한 김진성에게 멀티이닝을 맡기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의 선택은 정우영이었다. 좌타자에게 약한 정우영은 투심패스트볼을 7개 던졌으나 김혜성에게 유격수 강습 2루타, 송성문에게 1타점 우전 적시타, 최주환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으며 순식간에 역전을 내줬다. 이후 9회초 점수를 뽑아내지 못하고 패배를 기록했다. 예측 가능했던 염경엽 감독의 패착이 역전패로 이어진 셈이다.

올 시즌 힘겨운 1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LG. 전반기 종료를 앞두고 귀중한 승수를 릴 수 있는 상황에서 정우영을 좌타자들에게 붙이며 패배를 자초했다. 정우영의 좌타자 피안타율은 0.500까지 높아졌다. 정우영의 좌타자 약점만 확인하며 아픈 패배를 당한 LG다.

염경엽 감독. ⓒ스포츠코리아 염경엽 감독. ⓒ스포츠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