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문닫은 호텔, 방치된 상가…APEC 열리는 경주보문단지 노후화

연합뉴스 2024-07-01 17:00:24

곳곳 페인트 벗겨지고, 잡초 자란 곳도… 보문상가 대부분 상점 텅 비어

조성된 지 45년, 시설 개선·보완 필요성 지적…지자체 대책 고심

문 닫은 경주 보문상가

문 닫은 경주 콩코드호텔

(경주=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1일 경북 경주시 보덕동 보문관광단지 일대.

1년 4개월여 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이곳에서 열리지만 열악한 주변 환경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문 닫은 호텔들과 방치된 상가들. 시설물 페인트가 벗겨지거나 잡초가 자란 곳도 여러 곳이었다.

이런 가운데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보문관광단지는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주행사장이자 외국 정상과 수행단, 언론 관계자가 머무는 곳이다.

경주보문관광단지는 경북 경주뿐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단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1979년 보문호를 중심으로 조성·개장한 보문관광단지는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다양한 숙박·레저·상업시설이 자리 잡았고 숲과 호수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국제회의시설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하이코)를 비롯해 특급호텔 등 숙박시설, 골프장과 테마파크 등 레저·휴양시설 등이 모여 있어 관광 기반이 완비돼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시설이 노후화돼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개선이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닫은 경주 콩코드호텔

대표적인 곳이 문 닫은 숙박시설이다.

이날 찾은 보문관광단지 내 콩코드호텔은 수년 전부터 문을 닫아 관리 손길에서 벗어나 있다가 보니 페인트가 벗겨지거나 잡초가 자라는 등 방치돼 있다.

주차장에는 사용하지 않는 유람선이 놓여 있어 가림막으로 막아놓았음에도 흉물처럼 변하고 있었다.

보문호 옆에 자리 잡은 또 다른 숙박시설인 한국콘도도 운영이 중단됐다.

상업시설이나 관광시설도 문 닫은 곳이 많다.

보문관광단지 중심에 있는 상업시설인 보문상가는 대부분 상점이 텅 비어 있었다.

한 업체가 상가를 매입한 뒤 아웃렛 상가를 만들 계획이었으나 아직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방치된 경주 신라밀레니엄파크

단지 외곽에 자리 잡은 신라 역사·문화 체험 테마공원이자 드라마 '선덕여왕' 세트장이 설치됐던 신라밀레니엄파크도 수년 전부터 문을 닫아 주차장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출입문은 닫혀 있었고 내부 시설물도 여기저기 무너져 있어 방치된 지 오래됐음을 보여줬다.

보문관광단지 관리를 맡은 경북문화관광공사를 비롯해 경주시는 호텔과 같은 민간 시설의 경우 오래전부터 매매를 유도하고 있으나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경북도, 외교통상부 등과 논의해 빈 보문상가 등을 APEC 정상회의 관련 사무실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계획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시설 활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고, 시 관계자도 "문 닫은 호텔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데 보문상가의 경우 정상회의 사무실로 활용하는 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산한 경주 보문상가

sds1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