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국방장관' 제명 中, '늑대전사 외교장관' 처분은 침묵

연합뉴스 2024-06-29 00:00:51

3중전회 앞두고 조사 속속 마무리…中외교부 "친강 문제, 제공할 정보 없다"

실각 직전인 작년 6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만난 친강 전 외교부장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공산당이 내달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두고 리상푸·웨이펑허 전 국방부장(국방장관)에 당적 제명 처분을 내리며 작년부터 잇따른 고위직 실각 사후처리를 속속 마무리하는 가운데도 친강 전 외교부장(외교장관)에 대한 최종 결론 공개만은 미루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어제(27일) 리상푸에 대한 당적 제명 발표가 나왔는데, 친강 전 외교부장에 대한 유사한 발표 역시 가까운 미래에 나올 것이라 예상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고 답했다.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전날 오후 관영 매체들을 통해 작년 8월 이후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던 리상푸 전 국방부장에 대한 반부패 조사 결론을 발표하면서 당적 제명과 군 계급 박탈, 수사기관 이첩 처분을 내린다고 밝혔다.

군 장비 분야에 오래 몸담았던 리 전 부장이 뇌물 수수·공여를 저질렀다는 내용이다.

중앙정치국은 이와 함께 리 전 부장 전임자이자 로켓군 사령원(사령관) 출신인 웨이펑허 전 국방부장 역시 뇌물 혐의가 있다며 동일한 처분을 내렸다.

두 사람은 작년 8월과 9월부터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 10개월가량 지난 시점에야 부패 조사 결론이 나온 셈이다.

그러나 이들보다 앞선 작년 6월 돌연 사라진 뒤 7월 면직된 친강 전 외교부장 조사 결과 등 사후 처리 문제는 전날 발표에서 빠졌다.

중국공산당은 내달 15∼18일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 개최를 앞두고 있다.

중앙위의 5년 임기 동안 모두 7차례 개최되는 전체회의 중 가장 중요한 제3차 회의(3중전회)는 개혁·개방 이후 지금까지 관례상 중앙위 출범 2년차 하반기에 개최돼왔다. 그런데 '시진핑 3기'인 이번 20기 중앙위는 작년 하반기에 열었어야 할 3중전회를 반년 넘게 미루다 7월 중순에 늑장 개최하게 됐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작년 잇따른 고위직 낙마 문제가 영향을 줬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외교·국방부장 등 고위직은 당 중앙위원직도 겸직하기 때문에 이들의 직위를 완전히 해제하려면 중앙위의 결론과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이 27일 20기 3중전회를 내달 개최한다고 발표하고, 같은날 리상푸 전 부장 등에 대한 부패 조사 결론을 공개하면서 이런 추정엔 더 힘이 실렸다.

하지만 친강 전 부장의 낙마 문제만큼은 여전히 명확한 결론이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중국 '늑대전사(전랑) 외교'를 상징했던 친강은 시진핑 국가주석 총애를 받아 56세 때인 2022년 말 외교부장에 발탁된 데 이어 작년 3월 국무위원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외교부장 반년도 지나지 않은 작년 6월 돌연 자취를 감췄고, 당국은 별다른 설명 없이 7월에는 그의 외교부장직을, 10월에는 국무위원직을 각각 박탈했다.

이런 갑작스러운 '실종'을 둘러싸고 유명 방송인과의 내연 관계설이나 외국과의 내통설 등 다양한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올해 1월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친 전 부장이 지난해 7월 말 베이징의 한 군 병원에서 이미 사망했다는 설이 제기됐다고 보도했지만,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x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