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제품 우대' 제재받은 쿠팡…아마존 사례는 어땠나

연합뉴스 2024-06-18 11:00:15

쿠팡 "세계 최초"…공정위 "EU·미국, 아마존 제재 선례"

4년 전 네이버건도 재조명…시장지배자 여부가 쟁점될 듯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에 직매입 및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부당하게 우대했다며 1천400억원의 과징금과 법인 검찰 고발 처분을 내리면서 국내외 유사 사례가 재조명받고 있다.

쿠팡이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차후 법정에서 벌어질 법리 논쟁에서 이런 사례가 참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쿠팡은 공정위 제재에 유통업체 고유 권한인 상품 진열을 문제 삼은 세계 첫 사례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를 의식한 듯 공정위는 지난 13일 제재 관련 보도자료에서 "해외 경쟁당국도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상품 노출과 관련한 불공정 행위를 적발·제재하는 추세"라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사례를 언급했다.

공정위, 쿠팡에 과징금 1천400억원

18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지난 2019년 쿠팡과 마찬가지로 직매입·PB 등 자기 상품과 오픈마켓 형태의 중개 상품을 모두 취급하는 이중적 지위를 가진 아마존이 '바이 박스'(buy-box)에 자기 상품을 우대한 행위 등을 반독점 규정 위반으로 보고 조사에 들어갔다.

바이 박스는 소비자가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특정 상품을 클릭하면 판매 페이지 최상단에 단독으로 노출하는 구매 옵션이다.

해당 페이지에는 바이 박스와 다른 판매자 상품 보기, 중고품과 새 제품 보기 등 3가지 선택사항이 있다. 이 가운데 바이 박스 상품은 고객의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가장 크게 배치돼 구매율도 그만큼 높다.

바이 박스를 획득하려면 낮은 주문 결함률, 우수한 고객 쇼핑 경험, 아마존 판매 기간 등 여러 항목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EU 당국은 이런 기준과 관계 없이 아마존이 자기 상품 또는 자사의 물류·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판매자에게만 배타적으로 바이 박스 지위를 부여한 것으로 봤다.

아마존 전체 거래의 80∼90%가 바이 박스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이런 차별적 행위가 소비자 선택권과 공정한 경쟁을 제한했다는 게 EU 당국의 판단이었다.

공정위, 쿠팡의 검색순위 조작 등에 과징금 1천400억원

아마존의 자사 상품 수는 전체 10% 미만이지만 매출 비중은 5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당시 EU 당국은 곧바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대신 '동의 의결' 방식을 택했다. 이 방식은 소비자 피해 구제, 원상회복 등 사업자의 자진 시정 방안을 조건으로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EU 당국은 조사 착수 약 3년 뒤인 2022년 12월 경쟁업체들이 아마존으로부터 자기 제품과 동등하게 바이 박스에 노출하는 등의 약속을 받아내고서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를 종결했다.

다만, 이 사례를 쿠팡 제재건과 단순 비교할 수 있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쿠팡은 검색 결과에서의 자기 상품 우선 노출이나 알고리즘 순위 조정이 아닌, 이미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한 이후 바이 박스라는 틀을 활용한 특정 상품의 독점적 구매 유도 행위를 문제 삼은 것이라 다르게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지난해 9월 아마존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한 사례가 있다.

아마존이 다른 플랫폼에서 더 싸게 판매하는 입점 업체 상품의 검색 순위를 떨어뜨리고 자사 물류·배송서비스 이용을 강요했다는 게 소장의 요지다.

이 사례는 공정위의 쿠팡건 심의 과정에서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정위 심사관은 소장에 아마존이 자사 PB 상품을 추천 위젯으로 노출해 입점업체 검색 결과를 밑으로 내린 행위도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적시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쿠팡 측은 공정위 제재를 받은 것과 같은 혐의는 아예 소장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결국 검색을 통한 상품 진열을 문제 삼은 최초의 제재가 맞는다는 게 쿠팡 측의 논리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쇼핑 제재건이 유사 사례로 거론된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검색 결과를 조작해 11번가, G마켓, 옥션, 인터파크 등 경쟁 오픈마켓 상품의 노출 순위를 인위적으로 내리고 제휴 쇼핑몰을 일정 비율 이상 노출을 보장하는 등 경쟁사 영업을 방해했다며 2020년 10월 과징금 266억원을 부과했다.

상품 검색 결과 조작에 267억 과징금…네이버는 반발 (CG)

네이버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공정위 처분을 그대로 인정했다. 온라인 비교 쇼핑 서비스에서 80.2%(2020년)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네이버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오픈마켓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했다는 취지다.

이는 쿠팡건과 관련한 공정위 심사보고서에도 제재의 선례로 언급됐다.

이를 고려하면 쿠팡건이 법원으로 갈 경우 쿠팡이 네이버와 같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여부가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자기 제품 우대를 규제하는 기본 목적은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력 확장을 막으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은 쿠팡 24.5%, 네이버쇼핑 23.3%, G마켓 10.1%, 11번가 7.0%, 카카오 5.0%, 롯데온 4.9%,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4.6% 등으로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이다.

오픈마켓 시장만 보면 네이버쇼핑이 42.4%로 쿠팡(15.9%)의 2배가 넘는 격차로 앞서 있다.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