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섐보, 故 스튜어트에게 바친 US오픈 우승컵(종합)

연합뉴스 2024-06-18 00:00:55

파인허스트 18번홀 그린에서 스튜어트에 경의 표해

2년 전 세상 떠난 아버지 생각하며 눈물

US오픈에서 우승한 브라이슨 디섐보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 제124회 US오픈 챔피언십에서는 대회 기간 내내 페인 스튜어트를 추모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17일(한국시간) 끝난 US오픈은 1999년 스튜어트가 우승했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골프 앤드 리조트에서 열렸다. 스튜어트는 25년 전 대회 마지막 날 파인허스트 18번 홀에서 4.5m 파퍼트에 성공해 필 미컬슨(미국)을 1타차로 꺾고 두 번째 US오픈 우승컵을 차지했다.

당시 대부분 선수의 패션과 달리 헌팅캡을 쓰고 긴 양말을 신는 '니코보코' 스타일로 필드를 누빈 스튜어트는 1999년 10월 비행기 사고로 42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스튜어트는 생전에 수많은 봉사 활동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사회 공헌을 많이 한 선수에게 '페인 스튜어트' 상을 제정해 매년 시상하고 있다.

1999년 US오픈 우승자 페인 스튜어트

스튜어트의 정신이 남아있는 파인허스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디섐보는 우승을 확정하고 18번 홀을 나오면서 2년 전 당뇨병 합병증으로 신장 이식 수술까지 받고 투병하다 숨진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또 존경했던 골프 선배를 기리며 "페인이 여기 있다"고 외쳤다.

미국의 아버지날에 우승한 디섐보는 "이 우승컵은 아버지를 위한 것"이라고 소감을 말한 뒤 스튜어트에 대한 존경심도 함께 밝혔다.

디섐보는 "캠퍼스에 있던 스튜어트의 벽화를 보고 (스튜어트가 다닌) 미주리주립대학에 갔다"고 말할 정도로 스튜어트를 좋아했다.

스튜어트와 비슷한 헌팅캡을 쓰고 경기하는 디섐보는 대회 마지막 날 18번 홀(파4)에서 스튜어트 못지않은 극적인 우승 순간을 만들었다.

4라운드를 시작할 때 3타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디섐보는 한 때 우승을 경쟁하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게 2타차로 뒤지기도 했다.

"경기 도중 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역전패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는 디섐보는 "매킬로이가 퍼트 실수를 하는 행운도 따랐다"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18번 홀에서 보기를 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경기를 먼저 끝냈다.

타수만 지키면 우승하는 디섐보였지만 티샷은 페어웨이 왼쪽 불모지로 날아갔고, 두 번째 샷도 그린 못 미친 벙커에 떨어졌다.

하지만 디섐보는 벙커샷을 홀 1.2m에 붙인 뒤 우승을 확정하는 파퍼트를 넣은 뒤 '페인 스튜어트'를 외치며 포효했다.

브라이슨 디섐보

디섐보는 우승 뒤 "믿을 수 없는 업앤다운(정규타수 만에 공을 그린 위에 올리지 못하고도 파를 잡는 것)이었다. 내 평생 최고의 샷이었다"고 말했다.

디섐보는 PGA 투어에서 8승을 올린 뒤 2020년 LIV 골프로 이적해 PGA 투어에서 같이 뛰던 동료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하지만 디섐보는 LIV 골프에서 2승을 거두면서 기량을 유지했고, 이번 US오픈에서도 장타로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다.

이번 대회 3라운드까지 평균 비거리 337.8야드를 기록한 디섐보는 매킬로이 다음으로 티샷을 멀리 친 선수였다.

디섐보는 2020년 미국 뉴욕주 윙드풋 골프클럽에서 열린 US오픈에서 메이저 첫 우승을 했지만, 이번 대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당시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만연 때문에 갤러리 입장을 허용하지 않고 대회를 치렀다.

하지만 올해에 디섐보는 팬들과 손을 마주치는 흥겨운 분위기 속에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팬들의 축하를 받는 디섐보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