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관계 재설정 시사…"EU의 우크라 대출지원 안 막을 것"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헝가리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승리한 머저르 페테르 티서당 대표가 13일(현지시간) 미국과 러시아 정상에게 모두 전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머저르 대표는 이날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며 "미국과 좋은 관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워싱턴은 헝가리 차기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협력을 이어가겠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노골적으로 밀착한 오르반 빅토르 총리와는 다른 외교 관계를 수립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머저르 대표는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하지 않겠다"며 "러시아와 실용적 관계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 앞에서 러시아를 '사자'로, 헝가리를 '사자를 돕는 생쥐'로 묘사해 굴욕 외교 논란을 빚은 오르반 총리와 달리 국익을 중심에 둔 외교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취지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어떤 나라도 한 국가에 영토 포기를 요구할 권리는 없다"며 "푸틴 대통령과 대화하게 된다면 우크라이나에서 살육을 끝내라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가 발목을 잡아 온 유럽연합(EU)의 우크라이나 900억 유로(약 156조원) 대출 지원과 관련해서는 "대출은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며 더 이상 막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헝가리는 이 대출에서 '옵트 아웃'했다"며 대출 결정을 막지는 않겠지만 재원 조성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민투표에 부칠 문제지만 앞으로 10년 내에는 가입을 예상하지 않는다"며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EU에 동결된 200억 유로(약 34조원) 규모의 기금을 이른 시일 내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EU 기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U는 기금 운용의 투명성을 담보할 사법 독립성과 법치주의 등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년간 헝가리에 배정된 지원금을 동결해왔다.
머저르 대표는 "헝가리 국익상 유로존 가입이 바람직하다"며 "협의를 거쳐 유로화 도입 시점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관계 개선 계획을 묻는 말에는 "우크라이나 지역의 헝가리계 소수민족의 권리가 핵심"이라고 답했다.
우크라이나 서부 트란스카르파티아 지역에 거주하는 15만명의 헝가리계 소수민족 차별 논란은 양국 모두에 민감한 사안이다. 우크라이나가 2017년부터 중등학교 교사는 우크라이나어만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면서 헝가리 소수민족의 권리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머저르 대표는 총리 임기를 2선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오르반 총리의 복귀를 막고 또 다른 장기 집권 가능성까지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전체를 감독하는 새 기구를 설치하는 안이 포함된 반부패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르반 세력에 장악됐다는 비판을 받은 국영방송 뉴스 송출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머저르 대표는 내달 초 첫 해외 일정으로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할 예정이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도 조만간 회동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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