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담선대법회' 법문…성철스님 등이 일군 수행 전통 강조
"마음의 등불로 욕망 다스려야…젊은세대, 불교 가볍게 접해도 돼"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케이(K)팝, 방탄소년단(BTS) 음악 속에 한국인의 정신문화, 간화선(看話禪) DNA가 살아 숨 쉬고 있어요. 이런 정신문화는 알게 모르게 우리나라의 모든 분야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지요."
석종사 조실 혜국스님은 13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주최 '담선대법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스님은 간화선 전통이 스며있는 한국의 정신문화가 "세계를 움직이는" 케이팝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스님은 이날 법문 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불교는 신라 천 년 동안 거의 국교나 마찬가지였고, 고려 500년 동안 제사도 집안이 아니라 전부 절에서 지냈다"며 "방탄소년단의 조상이든 누구든 절의 DNA와 하나가 되는 노력을 안 했던 조상이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선 500년 동안 갑자기 억불 정책을 써서 그렇지, 그 몇 배의 시간을 우리 조상들은 바로 부처님 사상 속에 있었고 부처님 DNA가 온몸에 녹아들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혜국스님이 언급한 간화선은 화두(話頭)를 근거로 수행에 정진해 깨달음을 얻는 참선법으로, 한국 불교의 핵심적인 수행 전통이다.

스님은 이날 법문에서 한국 불교의 큰 스승으로 꼽히는 성철스님(1912∼1993)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간화선 수행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혜국스님은 "성철스님이 한평생 우리를 상대로 가르친 게 중도, 불생불멸이었다"며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은 대무심지(大無心地, 주체와 대상의 인식마저 사라진 깊은 깨달음의 경지)를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스승들은 불교의 '불'자 하나 안 붙어도 좋으니, 그저 중생들이 행복하고 마음을 닦기를 바라셨다"며 "어두움을 없애려 할 게 아니라 등불 하나 켜면 되고, 번뇌·망상과 싸울 게 아니라 번뇌·망상을 지혜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혜국스님은 또 우리 역사를 돌아보며 "밥 굶지만 않으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민주화만 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이제 밥도 안 굶고 민주화됐는데도 더 불안하고 더 괴로워하니, 마음 다스리기 이전에는 이 세상에 평화도 없고 행복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우크라이나-러시아, 이란-이스라엘-미국 전쟁까지 저 죽음의 세상에 문제가 있는데, 우리들 마음의 욕망 때문"이라며 "이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는 동안 결코 세계 평화는 없다"고 역설했다.
혜국스님은 한국 불교의 선(禪) 수행을 이끄는 대표적 선승으로, 젊은 시절 세 손가락을 불살라 깨달음의 각오를 세운 일화로 유명하다.
이날 봉은사에는 대선사의 설법을 듣기 위해 약 1천명이 모여들었다. 공간의 제약으로 법당 안에 들어오지 못한 신도들은 밖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지켜보면서 스님의 열정적인 법문에 박수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혜국스님은 인터뷰에서 최근 젊은 세대가 불교를 문화적인 코드로 가볍게 향유하는 '힙불교' 유행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밝혔다.
스님은 "불교는 절대 가볍고 무거운 것을 둘로 보지 않는다"며 "지금 한때 흘러가는 게 그런 가벼운 문화라 하더라도, 그것도 지나가는 과정으로서 하나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위안이 된다면 얼마든 괜찮다"며 "부처님의 법이 있는 게 아니라도 힙합이든 케이팝이든, 사람들이 바른길을 갈 수 있다면 불교가 거기서 살아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mina@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