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앞두고 극우세 약화 우려에 긴장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야당에 대패해 16년 만에 권좌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유럽연합(EU) 내 오르반 총리의 정치적 동맹이었던 프랑스 극우 진영도 타격을 받게 됐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은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피데스당과 유럽의회 내 극우 성향 교섭단체 '유럽을 위한 애국자'의 핵심 축을 이뤄왔다.
유럽의회 3위 세력인 이들은 정치적으로 EU의 중앙집권적 권력에 반대하며 각 회원국이 주권을 되찾아와야 한다는 EU 회의주의 노선을 펴왔다. 불법 이민에 대한 강경 대응과 국가 주권에 기반한 엄격한 국경 통제를 최우선한다. EU의 과도한 환경 규제가 자국의 산업과 농민에게 피해를 준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기독교적 가치와 전통적 가족관을 강조한다.
이런 공통된 정책 노선을 바탕으로 RN과 오르반의 피데스당은 유럽의회에서 EU 집행위원회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재집권한 이후엔 자신들의 시대가 왔다며 유럽 내 연쇄적인 극우 정권 창출을 기대하기도 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해 6월 프랑스 매체와 인터뷰에서 RN의 실질적 지도자인 마린 르펜 의원을 자신의 유일한 "투쟁 동지"라고 칭하며 르펜 의원이 2027년 대선에서 당선된다면 "매그넘 크기의 샴페인 여러 병을 딸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르반 총리가 총선에서 패배해 16년 통치에 종지부를 찍게 되면서 RN은 EU 내 핵심 동맹 세력을 잃게 됐다.
르펜 의원의 오른팔인 RN 사무총장 르노 라바이는 일간 르몽드에 "이로 인해 우리는 개인적 동맹이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EU 집행위원장)의 적수를 잃게 됐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우리의 EU 비전으로 볼 때 이는 후퇴지만 우리 생각에는 이것(오르반 패배)이 시민이 원하는 변화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많은 국가가 주권주의적 프랑스만이 EU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 창출을 노리는 RN으로선 이번 오르반 총리의 패배가 유럽 내 극우세 약화의 신호탄이 되지 않도록 더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RN의 차기 대권주자들은 물러나는 오르반 총리를 예우하며 동시에 그 여파를 축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르펜 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수년 동안 오르반 정부가 받아온 터무니없는 '독재'라는 비난에도 민주적인 헝가리는 정권 교체를 선택했다"며 "16년 동안 용기와 결단력으로 헝가리의 자유와 주권을 지켜온 오르반 총리가 매우 품위 있게 이를(정권 교체) 받아들였다"고 적었다.
이어 "EU 집행위가 권한과 책임 범위를 넘어 국민의 권력을 훼손해 왔음에도 이번 결과에 만족감을 표명한 것을 보고 헝가리 국민은 지난 수년간 어렵게 지켜온 이런 자유가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지 우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르당 바르델라 당 대표도 엑스 글에서 "오르반 총리가 이 결과를 존중하는 태도로 받아들인 건 지난 몇 년간 유럽 기관들이 헝가리의 민주주의를 향해 끊임없이 제기해 온 비난들이 근거 없는 것이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르반 총리는 위대한 애국자로, 임기 동안 헝가리 경제 격차를 해소하고 출산율을 보호할 수 있는 가족 정책을 추진하며 이민자 유입에 맞서 자국과 유럽의 국경을 수호해 왔다"며 "그의 후임자가 오로지 자국과 국민의 이익만을 위해 통치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san@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