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 잊지 않겠습니다"…완도 소방관 분향소에 추모 행렬(종합)

연합뉴스 2026-04-13 19:00:09

동료 소방관·공직자·주민들, 차분한 분위기 속 애도

헌화하는 추모객들

(완도=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헌신과 용기를 잊지 않겠습니다."

13일 전남 완도군 문화예술의전당에 마련된 순직 소방관들의 합동분향소에는 추모 문구가 눈에 띄었다.

추모객들은 문구를 되새기며 차례대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긴말 대신 낮은 한숨과 묵념이,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는 추모 행렬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많은 인파는 아니었지만, 추모객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한두 명씩 분향소를 찾은 이들은 입구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분향소에는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 각 지역 소방서 등 각계에서 보낸 근조 화환이 줄지어 놓였다.

정면에 놓인 영정 속 故(고) 박승원 소방경과 노태영 소방교는 환하게 웃고 있었고 그 앞에 선 이들의 얼굴에는 무거운 표정이 드리워졌다.

영정 앞 단상에는 국화꽃이 하나둘 놓이며 점점 쌓여갔다.

추모객들은 흰 장갑을 낀 채 국화를 건네받아 두 소방관의 영정 앞에 가지런히 내려놓고 고개를 깊이 숙였다.

일부는 묵념을 마친 뒤에도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한동안 영정을 바라봤고 고개를 돌려 눈물을 훔치는 이도 있었다.

세 아이의 아버지, 예비 신랑으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이어가던 두 사람의 사연을 떠올린 듯 곳곳에서 조용히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도 보였다.

특히 현장에서 함께 동고동락했던 소방대원들이 발걸음이 이어졌다.

분향소를 찾은 동료들은 경례로 애도를 표하며 넋을 기렸다.

화순소방서 박주만 소방교는 경례를 마친 뒤 "고향 선배이자 소방 동료로서 박승원 부대장은 후배들을 늘 배려하던 분이었다"며 "현장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하나하나 가르쳐주셨던 분인데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늘 선배의 가르침을 떠올린다"며 "아직도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분야는 다르지만, 같은 공직자로서 무거운 심정을 전한 이도 있었다.

공무원 손예림 씨는 "수산물 관련 업무를 맡고 있어 사고 현장도 확인했는데 같은 공직자로서 마음이 무겁다"며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분향소를 찾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완도 주민들 사이에서도 안타까움은 이어졌다.

마을 주민 제갈광식(68) 씨는 한참 동안 분향소 입구에 서 있다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소방대원들을 자주 뵀는데 이런 일이 우리 동네에서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분향소에 들어오는 것도 한참 망설일 만큼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두 소방관은 전날 완도 한 수산물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 진입했다가 고립돼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

정부는 이들의 희생을 기려 순직을 인정하고 박승원 소방위는 소방경으로, 노태영 소방사는 소방교로 각각 1계급 특진 추서했다.

이날 분향소에는 오후 4시 기준 360여명의 추모객이 다녀갔다. 합동분향소는 오는 17일까지 운영된다.

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