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우군' 헝가리 오르반 패배에 체면 구긴 트럼프·밴스

연합뉴스 2026-04-13 18:00:07

전쟁 와중에도 밴스 출동시켜 측면 지원 나섰으나 결과 참담

"11월에는 트럼프 추종자들 차례" 美민주당 환호…외신서 '패배자' 분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 내 최대 우군이었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총선 참패가 그를 지지한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미 부통령에게도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타국의 정치 상황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불문율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특정 후보를 지지·폄훼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를 짜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능력이 약화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다.

AP통신은 12일(현지시간) 치러진 헝가리 총선에 대해 "미국 반대편에 있는 유럽의 작은 나라에서 치러진 선거였지만 오르반 총리의 패배는 미국에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간 오르반 총리는 전 세계 우파 진영의 상징적 인물로 분류되며, 오랫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보수계의 지지를 받아왔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개월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오르반 총리가 총선에서 이겨야 한다고 다섯차례나 말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중동 전쟁 휴전 논의가 오가며 미국의 외교력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지난 7일 밴스 부통령을 헝가리에 보내 노골적인 측면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헝가리를 방문한 밴스 부통령은 "선거를 앞둔 오르반 총리를 최대한 돕고 싶다"며 사실상 유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헝가리 국가선거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총선 결과 개표율 97.74% 기준으로 야당 티서가 전체 199석 중 138석을 차지했고,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여당 피데스는 55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지난 7일 오르반 총리 유세 현장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오르반 헝가리 총리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는 남성의 모습

AP통신은 "오르반 총리의 패배는 이란 전쟁으로 어떻게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 정치인 지원 역량이 줄어들었는지 상기시킬 뿐 아니라 이념적 성향이 뚜렷한 지도자들에 대한 불만이 전 세계적으로 고조되는 시대에 표심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도 헝가리 총선의 파장을 분석한 기사에서 선거의 승자와 패자를 분류하면서 공개 지지가 허사로 돌아간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을 대표적 패배자로 꼽았다.

실제로 미국 민주당에서도 오르반 총리의 패배에 환호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민주당의 발 빠른 반응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헝가리 총선 결과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독재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은 결국 민폐를 끼치게 된다"고 힐난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이제 (중간선거가 치러지는) 11월에는 의회에 있는 트럼프 추종자들과 마가(MAGA·트럼프의 선거 구호) 극단주의자들의 차례"라고 경고했다.

ki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