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처럼 국경지대 파괴할 것"…인권단체 "주거 파괴는 전쟁범죄"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 싹 없어져 버렸죠."
레바논 남부 출신 피란민 아마드 아부 타암(56)은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초토화된 남부 데이르 세르얀 마을 출신으로, 지난 2024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당시에도 피란했다가 귀향해 마을을 재건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는 마을 전체가 완전히 파괴되면서 아부 타암은 끝내 돌아갈 곳을 잃게 됐다.
데이르 세르얀 출신 농부 아마드 이브라힘(50) 역시 "내 인생 전체가 그곳에 있다. 마을에서 10㎞ 이상 벗어나 본 적이 거의 없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그는 지난달 2일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피해 마을을 떠나면서 "곧 집에 돌아올 생각으로" 사진 몇 장만을 챙겨 나왔다고 말했다.
그 사진들은 이제 마을의 옛 모습을 간직한 마지막 기록이 되고 말았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전쟁에서 레바논 남부를 공격해 데이르 세르얀·타이베·나쿠라 등 3개 마을 전체를 파괴했다.
민가에 폭발물을 설치하고 원격으로 대규모 폭발을 일으켜 건물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방식이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공격 당시 '가자지구 모델'에 따라 국경 마을의 모든 가옥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민가의 90%를 파괴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국경 마을 전체를 완전히 파괴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스라엘은 해당 지역을 점령하고 '안보 지대'를 설정하는 한편, 레바논 남부와 국경을 맞댄 이스라엘 북부 도시의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공격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인권 단체들은 이스라엘군의 원격 폭발 작전이 전쟁범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쟁법은 합법적인 군사적 이유에 따라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민간 주택을 고의로 파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민간 주거지를 파괴해 특정 지역을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드는 '도미사이드'(domicide·거주 파괴) 전술을 자행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학계에서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민가 공격도 '도미사이드'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레바논 담당 연구원인 람지 카이스는 "헤즈볼라가 레바논 국경 마을의 일부 민간 시설을 군사 목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마을 전체의 대규모 파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레바논 남부는 1970년대부터 이스라엘의 반복된 공격과 점령을 겪으며 이미 수많은 피란민이 발생했고, 이들은 생존을 위해 세계 각지로 흩어지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mskwak@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