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네 번째 마스터스 2연패 달성…"18번 홀 공 찾는 과정서 가장 긴장"
"작년엔 그랜드 슬램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그린 재킷 하나를 받기까지 17년을 기다렸는데…. 연속으로 받게 된다니 믿기지 않네요."
역대 네 번째로 마스터스 토너먼트 2연패를 달성한 남자 골프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매킬로이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천565야드)에서 열린 제90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2천250만달러)에서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한 뒤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날 세계랭킹 1위인 스코티 셰플러(11언더파 277타·미국)를 한 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라 지난해에 이어 다시 그린 재킷을 입었다.
마스터스 시상식은 전년도 우승자가 올해 우승자에게 그린 재킷을 입혀주는 전통이 있다.
2년 연속 우승자가 같아 이날에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프레드 리들리 회장이 옷을 입혀주는 역할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이로써 매킬로이는 잭 니클라우스(1965~1966년·미국), 닉 팔도(1989~1990년·잉글랜드), 타이거 우즈(2001~2002년·미국)에 이어 역대 네 번째 마스터스 2연패 주인공이 됐다.

우승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라운드까지 공동 2위 그룹을 6타 차로 앞서다가 3라운드에서 크게 흔들리며 캐머런 영(미국)에게 공동 선두를 내줬다.
그러나 4라운드에서 다시 반등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매킬로이는 "골프는 모든 스포츠 중 멘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종목"이라며 "4라운드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는 건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중 부모님 생각이 몇 번 났지만 '아직은 아니야'라고 스스로를 다잡았다"며 "지난해 부모님이 현장에 오시지 않았고, 이 때문에 내가 우승했다고 믿으시더라"라고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겨우 설득해 부모님을 모시고 왔는데, 부모님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우승을 확신한 순간에 관해선 "18번 홀(파4) 파 퍼트가 홀 바로 옆에 멈췄을 때 그린 뒤에 있던 가족이 보였다"며 "'또 해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보다 격한 감정이 솟구치지는 않았지만, 더 큰 기쁨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가장 긴장했던 순간에 관해선 "18번 홀 티샷을 친 뒤 공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18번 홀 티샷을 치기 전까지 먼저 경기를 마친 셰플러를 2타 차로 앞서 우승이 유력했다.
더블보기 이상을 치지 않으면 우승할 수 있었다.
그러나 티샷이 오른쪽 숲속으로 떨어지면서 큰 위기를 겪었다.
매킬로이는 나무 사이로 두 번째 샷을 잘 날렸으나 그린 앞 벙커에 떨어지면서 위기가 계속됐다.
그는 침착하게 세 번째 샷으로 벙커에서 탈출한 뒤 3.66m 거리에서 시도한 파 퍼트를 홀 바로 옆에 붙이며 승부를 갈랐다.
11번 홀(파4)부터 13번 홀(파5)까지 이어지는 일명 '아멘 코너'도 승부처였다.
매킬로이는 3라운드 아멘 코너에서 3타를 잃으면서 무너졌으나 이날은 두 타를 줄이며 우승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는 아멘 코너 전략을 묻는 말에 "과거엔 방어적으로 플레이하다가 실패했는데 이번엔 공격적으로 임했고, 그 전략이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매킬로이는 다양한 기록을 세웠다.
그는 지난해 17번째 도전 만에 마스터스 정상에 오르며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제패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역대 6번째로 달성했고, 올해는 우즈 이후 24년 만에 이 대회 2연패 위업을 이뤘다.
아울러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승과 통산 30승, 메이저대회 6번째 우승을 한꺼번에 달성했다.
또한 그는 1~4라운드를 모두 1위로 끝내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일궜다.
대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최근 45년 동안 마스터스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거둔 건 트레버 이멜만(2008년·남아프리카공화국), 조던 스피스(2015년·미국), 더스틴 존슨(2020년·미국)에 이어 네 번째다.
하지만 매킬로이는 여전히 배고프다.
그는 "지난해엔 그랜드 슬램 달성이 (목표의)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여정의 일부라고 느낀다"며 "여전히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 지난해 느꼈던 감정과는 다른 느낌"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두진 않았지만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cycle@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