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 다른 장기를 위해 존재하는 심장
심장은 다른 장기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존재한다. 순환은 세포가 분화되고 개체가 커지면서 생겨난 것이지만 점차 생명 유지에 필수 불가결한 시스템이 돼버렸다. 다른 장기들을 위해 존재하던 심장이 가장 중요한 장기가 된 것이다.
심장의 1차 기능은 혈액순환이다. 혈액은 대류라는 물질 이동 방식에 의해 움직인다. 대류는 서로 다른 지점에 있는 물질이 압력 차에 의해 이동하는 현상을 말하며, 우리 몸에서는 심장의 수축과 이완이 두 지점 간의 압력 차를 만들어낸다.
심장이 혈액 펌프인 동시에 내분비기관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내분비기관이란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을 뜻한다. 갑상샘, 부신, 뇌하수체 등이 모두 내분비기관이다. 심장도 약 5가지 종류의 호르몬을 분비한다. 심장에서 나오는 호르몬은 우리 몸 전체에 퍼져서 많은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으로 심방성 나트륨이뇨 호르몬은 이름처럼 나트륨 이뇨를 촉진하여 혈액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 심장이 빨리 뛰면 일찍 죽는다?
심장의 기본 박동수는 동물의 크기와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1분에 70번 뛰는데, 포유류 중에서 심장이 가장 빨리 뛰는 생쥐는 400~500번 박동한다. 직접 만져서는 얼마나 빨리 뛰는지 느낄 수 없을 정도다.
개의 심장박동수는 150번, 코끼리는 35번 정도이며 포유류 중에서 가장 큰 고래는 10번 이하라고 한다. 고래의 심장이 뛸 때마다 근처 바다에 파동이 일어난다고 하니 고래의 심장박동이 느린 것은 다행한 일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런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던 예전에는 고래의 심장박동 소리에 잠수함이 출동하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한다.
심장이 뛰는 속도는 수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심장박동이 빠른 동물은 수명이 짧고 느린 동물은 수명이 길다. 그래서 격심한 운동을 많이 하는 운동선수들은 일반인보다 수명이 짧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의사들 역시 평균수명보다 짧게 산다.
그렇다면 수명이 가장 긴 직업은 무엇일까? 바로 우체부다. 우체부는 격하지 않은 운동인 걷기를 꾸준히 해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물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요즘 우체부들은 어떨지 모른다. 우체부 다음으로 수명이 긴 직업은 운동량이 적은 성직자라고 한다. 어쩌면 정해진 심장박동수를 오랫동안 조화롭게 유지하는 것이 건강 관리의 핵심인지도 모르겠다.
한편 심장에는 암이 생기지 않는다. 과학자들이 그 원인을 규명하려 노력했지만, 아직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계속해서 움직이는 것이 그 이유일 거라고 추측할 뿐이다.
◇ 지구 두 바퀴 반, 모세혈관과 혈액순환
심장이 순환계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심장에서 나온 혈액을 우리 몸 곳곳으로 운반하는 혈관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우리 몸에서 혈관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세포가 있는 모든 곳에는 모세혈관이 있다.
혈관의 길이는 약 10만 킬로미터나 된다. 지구 두 바퀴 반을 감을 수 있는 길이다. 이 길고 긴 혈관에 심장은 1분에 5리터씩 하루 7천200리터나 되는 혈액을 내보낸다. 심장이 수축하면서 생긴 힘을 동력으로 그토록 많은 양의 혈액을 먼 거리에 있는 모세혈관까지 보내는 것이다. 운동을 할 경우에는 그 양이 더 많아져서 많게는 1분에 20리터까지 내보내기도 한다.
모세혈관까지 운반된 혈액은 주위 세포와 물질 교환을 한다. 산소와 영양분은 조직세포에 주고 노폐물은 정맥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심장으로 되돌아온 혈액 성분 가운데 이산화탄소는 폐를 통해 몸 밖으로 내보내고 다른 노폐물은 콩팥에서 걸러서 소변으로 내보내게 된다.
모세혈관에서의 물질 이동은 확산이라는 현상에 의존한다. 확산이 이뤄지려면 모세혈관과 세포 중심의 거리가 짧아야 하는데, 다행히 우리 몸은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 모세혈관에서 세포 중심까지의 거리는 보통 10마이크로미터 정도이다. 참고로 특정 물질이 확산을 통해 2미터 정도를 이동하려면 7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확산 거리를 짧게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 때문에 세포가 있는 모든 곳에 모세혈관이 있는 것이다.
◇ 중력을 이기는 정맥 순환의 힘
모세혈관을 지난 혈액은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정맥 순환이 잘 일어나려면 두 가지 보조 장치가 필요하다. 흉곽 운동에 의한 호흡 펌프와 하지의 골격근펌프가 그것이다. 호흡 펌프란 흡식을 통해 흉강 내부의 압력을 대기압보다 낮게 만드는 펌프로서 정맥혈이 심장까지 원활하게 돌아오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골격근펌프는 수축을 통해 정맥을 쥐어짜 정맥혈이 다시 심장으로 오도록 한다. 이때 하지정맥에 위치한 한 방향 판막이 중력에 의한 혈액의 역류를 방지한다.
평소에 자주 걷는 사람은 골격근펌프의 기능이 촉진돼 혈액순환이 잘 된다. 반면 움직이지 않고 오랫동안 서 있는 사람은 정맥혈이 심장으로 되돌아오기 어렵다. 그런 이유로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사람은 하지정맥류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 이 증상이 오래되면 해당 부분이 썩거나 응고된 혈액 덩어리가 폐동맥을 막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따라서 가만히 서서 일하는 사람들은 수시로 움직여서 골격근펌프를 작동시키고, 휴식을 취할 때는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려 혈액순환을 도와야 한다.
혈관은 심장이 내보내는 혈액을 적재적소로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가령 배불리 식사한 직후에는 소화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다. 이때는 위장관에 많은 혈액을 보내고, 뇌를 비롯한 골격근 등에는 혈액을 적게 보낸다. 그 때문에 졸음이 오기 쉽다.
그러므로 점심 식사 후 졸리고 나른한 느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노인의 경우에는 종종 식후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4편에서 계속)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 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더 자세한 내용은 엄융의 교수의 저서 '건강 공부', '내몸 공부' 등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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