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약 원료 '브롬' 중동 의존도 98%…"공급망 대응 필요"

연합뉴스 2026-04-13 09:00:03

무역협회 분석…반도체 냉각제 '헬륨'도 수입 65% 카타르에 의존

"장기계약보다 실물 확보 시급…공급망 단절 대비해 체질 개선해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통행이 제한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CG)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자유롭지 않은 가운데 원유, 나프타 외에도 중동 의존도가 높은 헬륨, 브롬 등에 대한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중동 의존도가 절대적인 헬륨과 브롬은 반도체·의료, 전자·화학 등 산업의 필수 소재로 사용되고 있어 공급 차질로 인한 생산 차질 우려가 없도록 이번 기회에 공급망 구조를 재점검하고 대응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 확대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및 원자재 공급망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동 리스크 장기화 시 에너지 가격 상승보다 석유화학 원료 및 산업 소재 공급 차질이 확산하며 중간재 공급망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동 의존도, 대체 가능성, 국내 산업 영향도, 공정 중단 위험도를 기준으로 8대 핵심 영향 품목을 도출하고 중동 위기 장기화에 따른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의 국내 공급망 영향

특히 원유, 나프타 외에도 헬륨, 브롬, 암모니아 등의 중동 의존도가 높아 공급 차질 발생 시 수급 불안으로 반도체, 전자, 석유화학, 자동차 등 한국 주력 산업의 공정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의 냉각재로 쓰이는 헬륨은 천연가스 처리 과정의 부산물로 추출되는 중간재로, LNG 생산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특히 영하 269℃의 특수 운송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에 운송 중 증발 가능성이 높아 생산에서 최종재까지의 공급망 안정성이 필수적이다.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헬륨 가운데 가장 많은 64.7%는 카타르에서 들여온 것이다. 카타르는 전세계 헬륨 공급의 3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반도체 등 제조 과정에서 일부 공정은 질소나 아르곤 등으로 헬륨을 대체할 수 있지만, 헬륨의 높은 열전도율 때문에 완전한 대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전세계 헬륨 생산 및 국내 수입 현황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카타르의 최대 헬륨 산단이 멈춰 섰고, 글로벌 헬륨 생산국이 미국, 러시아 등 극소수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수입처 다변화도 쉽지 않다.

그나마 삼성전자 등이 일부 생산라인에 '헬륨 재사용 시스템'을 적용해 단기 대응은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사태가 장기화하면 수급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미 헬륨 가격도 폭등한 상태여서 발 빠른 헬륨 수급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난연제, 의약품, 반도체 등 광범위한 산업에 활용되는 브롬 역시 일부 산업에서는 염소나 요오드 등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반도체 식각 공정 등에서는 대체 가능성이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 브롬의 97.5%를 이스라엘에 의존하고 있어 최근 중동 정세와 외교 관계 변화에 따른 공급망 영향이 주목된다.

한국의 브롬화수소 주 수입국은 일본이지만, 일본 역시 이스라엘에서 수입한 브롬을 중간재로 가공하는 구조여서 공급망 고리가 약한 것으로 지적됐다.

브롬의 글로벌 생산 비중은 이스라엘이 46.5%로 가장 높고 이어 요르단(25.6%)과 중국(20.9%) 순이다.

전세계 브롬 생산 및 국내 수입 현황

인도네시아 수입 비중이 가장 큰(43.6%) 암모니아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38.6%) 의존도 역시 높은 편이어서 중동 리스크의 직접 영향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암모니아는 국내에서 남해화학, 롯데정밀화학 등 생산기업과 일부 중동 외 수입선이 있어 공급망 차질로 즉시 공정이 중단될 우려보다는 수급의 안정적 관리가 더 중요한 품목으로 분류됐다.

진실 무역협회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중동발 충격은 산지 집중과 해상 병목이 결합한 구조적 공급 충격으로 단순 다변화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불가항력적 상황에서는 계약보다 물량 확보가 더 중요한 만큼, 장기계약 중심에서 실물 확보형 조달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진 선임연구위원은 또 "이와 함께 고유가·공급망 단절 시에도 생산이 유지되는 구조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며 "핵심 공정은 회수·재사용 등 자립형 공정으로 전환하고, 에너지 자립 관련 기술은 국가 안보 필수 기술로 지정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