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이 '대중교통 천국'이라는데…수치로 확인해보니

연합뉴스 2026-04-13 08:00:05

대중교통수송분담률 30%대…자료 공개된 OECD 14개국 중 가장 높아

해외카드로 터치 결제 '오픈루프' 서울시 등 도입 추진

서울역 버스환승센터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촘촘한 지하철망과 버스통합 환승 시스템, 정확한 배차 및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과 높은 접근성.

'해외에 살아보면 한국은 대중교통 천국'이라는 말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자주 언급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수준을 객관적 수치로 확인해봤다.

한국의 대중교통수송분담률

◇ 대중교통수송분담률 37.6%…호주는 9.8%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중교통수송분담률은 2023년 기준 37.6%다.

이는 육상으로 통행하는 교통수단(승용차·택시·철도·버스)의 총여객수송실적 가운데 대중교통수단(철도·버스) 수송실적 비율을 뜻한다.

대중교통수송분담률은 2011년 39.6%에서 2019년 43.0%까지 늘었다.

국토교통부는 "대중교통망 확충과 같은 양적 공급 확대와 더불어 버스 중앙차로제, 통합요금제 등 서비스 측면의 질적 개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중교통수송분담률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승용차 이용이 급격히 늘면서 2020년 31.2%, 2021년 28.6%까지 감소했다가 2022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관련 자료가 공개된 14개국의 대중교통수송분담률 비교 자료에서 한국은 홀로 30%대를 기록했다.

이어서 튀르키예(25.9%), 헝가리(24.5%), 스웨덴(18.2%), 폴란드(17.9%), 핀란드(17.0%) 순이다.

이탈리아와 독일·프랑스·스페인은 각각 16%대이고, 그리스(15.1%)와 네덜란드(14.7%), 노르웨이(11.0%), 호주(9.8%)가 뒤를 이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가 2022년 세계 주요국에서 진행한 통근·통학 수단 조사에서 자가용과 대중교통 이용 비율이 미국은 75%와 12%, 중국은 64%와 21%, 영국은 62%와 24%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자가용이 53%, 대중교통이 40%로 다른 나라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응답률이 훨씬 높았다.

2022년 국가별 통근·통학 교통수단 조사

◇ 평일 하루 1천만명 대중교통 이용…지방은 만족도 차이

우리나라 대중교통은 요금·접근성·환승 시스템 등에서 높게 평가받는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2024년 대중교통 현황조사 종합결과 보고서'를 보면 대중교통 평일 평균 이용 인원은 1천59만명을 기록했다.

버스·지하철 이용자가 평일에 지출한 1인당 평균 요금은 2천819원이다.

서울의 간선·지선버스 기본요금은 1천500원, 지하철 기본요금은 1천550원이며 환승 할인이 된다. 미국 뉴욕의 버스·지하철 기본요금은 3달러(4천450원)다.

출발지에서부터 최초로 이용하는 대중교통에 접근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8.27분이다. 도보 접근이 82.9%를 차지한다. 환승 시스템을 이용하는 비율은 66.5%이다.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는 7점 만점에 4.89 점이다. 100점 기준으로 보면 70점으로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다.

지역별로 보면 대전(5.02)과 서울(5.00)이 가장 높다. 반면 경북(4.68)과 충북(4.73)이 가장 낮으며 세부적으로는 충북 진천군, 경북 울릉군, 경북 영천시, 경북 성주군이 최하위다.

이는 수도권에 비해 지방의 대중교통 배차 간격이 길고, 노선이 부족한 곳도 많기 때문이다.

이밖에 대중교통의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가 높은 점과 고령자·장애인 등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가 개선할 점으로 꼽힌다.

지하철 이용하는 시민들

◇ 작년 8월부터 해외 카드로 고속·시외버스 예매 중단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5 외래관광객조사 4분기 잠정치 보고서'를 보면 외국인 관광객 방문 형태는 개별여행이 78.8%를 차지하고, 단체여행 12.1%, 에어텔은 9.2%다.

중복응답 기준 방문지역은 서울(75.7%)과 제주(10.1%)에 그치지 않고, 부산(17.2%)과 강원(4.6%), 경북(2.7%), 경남(2.1%) 등 지방으로 확산했다.

이들은 한국을 최종 관광목적지로 선택할 때 고려한 주요 관광 인프라와 관련해 대중교통·교통(41.0%), 치안(42.8%), 숙박시설(33.3%) 순으로 꼽았다.

이처럼 외국인의 개별 여행 및 지방 여행이 늘고 있음에도 작년 8월부터 해외 발행 카드를 이용한 고속·시외버스 예매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손명수 의원이 국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7월부터 고속·시외버스의 현장 발권과 온라인 예매 시 외국인이 해외 발행 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 예매는 티머니 등에서 가능하다. 그런데, 지난해 8월 1천800여건의 해외카드 부정 사용 사례가 발생해 같은 해 10월14일부터 현재까지 온라인 예매가 중단됐다.

국토부는 "해외카드 부정사용 차단을 위해서는 보안 인증 단계에 맞게 전산 사업자의 보안 개발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해외카드 수수료 상향 및 버스·터미널 사용자의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필요해 업계와 지속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비자·마스터카드 등 EMV 마크

◇ 후불교통카드 도입 세계 최초…'오픈 루프' 추진

외국인 관광객이 제주도를 제외한 지역에서 해외카드로 바로 대중교통을 타지 못하고 티머니 등 별도의 승차권을 구매해야 하는 점도 아쉬움으로 꼽힌다.

본래 신용카드 기반의 후불교통카드를 세계에서 가장 처음 도입한 나라가 한국이다.

1997년 국민카드(현 KB국민카드)는 '국민PASS카드'라는 이름으로 후불교통카드를 상용화했다. 이 카드는 단말기에 꽂는 게 아니라 터치만 하면 되는 RF(무선 주파수) 기능을 최초로 탑재했다.

국민카드가 선보인 한국형 터치식 결제방식은 '페이온'(PayOn)으로 이름 붙여졌고 국내 다른 카드사들도 이 방식을 채용했다.

국내 대중교통 결제시스템은 페이온 규격으로 구축돼 해당 기술이 적용된 카드만 쓸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EMV 방식이 적용된 카드를 쓴다.

EMV는 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Europay+Mastercard+VISA)의 앞 글자를 딴 약자로 이들 회사가 만든 비접촉 결제 방식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은 해외 발행 카드로 국내 버스와 지하철을 타지 못하고 티머니 카드 등을 구매해야 한다.

해외 주요 지역에서는 별도 티켓을 구매할 필요 없이 EMV 규격 카드로 교통요금을 지불하는 '오픈루프'(Open-Loop) 시스템이 확산하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는 2012년 버스, 2014년 지하철에 도입됐고, 미국에서는 2019년 뉴욕의 버스·지하철에 적용됐다.

네덜란드는 2023년 6월 전국 교통망, 비슷한 시기 몰디브는 버스와 페리, 필리핀 마닐라는 2024년 2월부터 버스·지하철에 시범 운영 중이다.

싱가포르와 홍콩도 도입했고, 일본은 후쿠오카와 오사카를 시작으로 올해 초 도쿄 수도권까지 넓혔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8월 제주도의 시내버스에 비자카드로 오픈루프를 처음 적용했다.

2025년 8월 제주 노선버스에 도입된 제주형 결제시스템 '온나라페이 단말기'

국토부는 작년 말 '개방형 대중교통 결제 시스템 도입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해 현재 지방자치단체별 도입 환경을 조사 중이고, 서울시는 작년부터 2030년을 목표로 오픈루프 추진에 나섰다.

EMV 규격의 오픈루프 시스템을 적용하려면 단말기를 교체하고, 환승할인 적용 등을 위한 새로운 정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손명수 의원은 "지난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1천900만명에 육박했고 향후 더 적극적으로 관광객 유치에 나서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라며 "우리도 해외 주요 관광도시처럼 '완전 개방형 결제' 시스템으로 하루빨리 전환하지 않으면 관광 선진국으로의 도약이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외국인은 승차권 발매기에서 현금으로만 구매·충전할 수 있었으나 서울시는 지난달 17일부터 해외카드로 기후동행카드 단기권 및 일회용 승차권 구매와 충전을 가능하게 했다.

티머니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해외발급 카드 기반 충전 및 결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지자체 등 관계 기관 및 사업자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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