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매체 "양국 관계개선 장기적 과정…신뢰 구축에 시간 걸릴 것"

(이슬라마바드·하노이=연합뉴스) 손현규 박진형 특파원 = 미국과 이란 간 종전협상이 12일(현지시간) 일단 결렬로 끝나자 협상을 중재한 파키스탄에서는 아쉬움 속에 대화의 불씨를 어떻게든 되살리는 중재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이날 오전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협상 결렬 발표 이후 성명을 내고 "양측 모두 휴전 약속을 반드시 계속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르 장관은 "양측이 이 지역 전체와 그 너머까지 지속적인 평화와 번영을 이뤄 나가기 위해 긍정적 정신을 이어 나가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또 "휴전 달성을 위한 파키스탄의 노력과 중재 역할을 높이 평가해 주신 양측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면서 "파키스탄은 앞으로도 이란과 미국 간 소통과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파키스탄에서는 이번 협상이 타결될 경우 세계적 재앙을 막아낸 핵심 중재국으로서 역사적인 업적과 함께 엄청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기대가 컸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국제 외교무대에서 주변국이었던 파키스탄은 이번에 미국과 이란의 2주 휴전, 대면 협상을 주도적으로 중재하면서 위상을 크게 높였다.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서로 적대해왔던 미국과 이란을 47년 만에 준정상회담 수준의 고위급 첫 대면 협상으로 끌어내는 극히 난제를 성사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협상 시한을 불과 5시간 앞두고 2주 휴전 중재안을 제안, 미국과 이란이 파국을 막는 데 일조했다.
평소 중동 분쟁 때마다 중재자로 나선 카타르·오만 등 걸프 지역 국가가 이번에는 이란의 공격을 직접 받으면서 뜻밖의 중재자로 나선 파키스탄의 외교력이 이룬 큰 성과였다.
이번 전쟁에서 이란의 공격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이란과 유대 관계가 있으면서도 사실상 최고 실권자로 꼽히는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국방군 총사령관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도 긴밀하게 소통한다는 강점을 살린 결과였다.
이번 협상에서도 파키스탄은 협상장 제공은 물론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미국과 이란 대표단을 따로따로 만나 양측 요구 사항을 서로 전달하고 조율하는 등 협상 통로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협상 결렬로 이런 공로가 일단 퇴색하면서 현지에서는 안타까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와 관련해 파키스탄 유력 매체 돈(Dawn)은 사설에서 이번 협상에서 "획기적인 돌파구는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희망은 있다"고 전망했다.
이 매체는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긴장 상태였던 양국 관계가 며칠, 몇 주, 심지어 몇 달 만에 개선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장기적 과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행히도 앞으로 길이 험난하고 의문으로 가득 차 있지만, 파키스탄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진심 어린 노력 덕분에 긴장 완화 과정이 시작됐다"면서 "신뢰를 쌓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매체는 하지만 양국 관계 개선의 가장 큰 장애물은 미국에 대한 이스라엘의 '시오니스트 로비'와 악영향이라면서 이를 억제하지 않는 한 이란과 관계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미국은 이스라엘이 자초한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위해 싸워줄 것인지, 아니면 이란과 관계를 개선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면서 "분명히 전자의 선택은 이 지역에 또 다른 파괴적인 전쟁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jhpark@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