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서 소방관 2명 냉동창고 화재 진압 중 고립 참변(종합2보)

연합뉴스 2026-04-12 17:00:03

재진입 후 불길·연기 거세져…밀폐공간 내 유증기 폭발 추정

44세 다둥이 아빠·30세 예비신랑…전남서 6년 만에 소방관 희생

냉동창고 화재 현장서 소방관 2명 순직

(완도=연합뉴스) 정회성 천정인 정다움 기자 = 전남 완도의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 2명이 현장에 고립돼 숨졌다.

숨진 소방관들은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 2차로 진입한 창고 내부에서 유증기가 폭발해 급속도로 확산한 불길에 참변을 당한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이들은 다둥이 자녀를 키우는 44세의 베테랑, 시골 소방서에서 여러 업무를 도맡은 30세의 예비 신랑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 불길 확산에 고립된 소방관들 희생

12일 오전 8시 25분께 전남 완도군 군외면 한 수산물 가공업체 냉동창고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 상황실에 접수됐다.

오전 8시 31분께 선착대가 도착했고, 오전 8시 38분께 1차로 진입한 대원 7명이 내부에 있던 업체 관계자를 구조해 밖으로 나왔다.

진화를 마무리하기 위해 오전 8시 45분께 대원들은 2차로 다시 진입했고, 이후 오전 8시 55분께 불길이 갑자기 거세지고 다량의 검은 연기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내부 대원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리고 오전 9시를 기해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당국은 오전 9시 2분께 완도소방서 소속 A(44) 소방위, 해남소방서 지역대 소속 B(30) 소방사 등 2명이 탈출하지 못하고 고립됐음을 파악했다.

고립된 대원들의 위치 정보를 확인한 소방 당국은 오전 10시 2분께 창고 내부에서 A 소방위를 숨진 상태로 수습했다.

이후 오전 11시 23분께 B 소방사도 숨진 채 발견됐다.

화재 초기 수산물 업체 관계자 1명은 연기를 들이마시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진화는 오전 11시 26분께 마무리됐다.

◇ 밀폐된 공간 내 유증기 쌓여 폭발

이날 사고는 밀폐된 공간에 쌓여있던 유증기가 폭발해 큰 피해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A 소방위와 B 소방사는 진화 현장에 투입된 선착대에 포함됐다.

1차로 화재를 진압하고 부상자를 구조한 대원들은 현장 판단 회의 중 공장 내부에서 다시 연기가 보이자 진화를 마무리하기 위해 재차 내부에 들어갔다.

이후 화염이 분출하고 폭발과 함께 다량의 검은 연기가 발생했다.

이때 현장 대원들에게는 대피 명령이 3∼4차례 무전으로 하달됐으나 A 소방위와 B 소방사는 밖으로 탈출하지 못했다.

희생된 대원들은 냉동창고 내 여러 구획 가운데 동일한 공간에서 순차적으로 발견됐다.

창고 내부는 콘크리트 벽면에 우레탄폼 내장재를 바르고 샌드위치 패널로 마감한 형태였다. 냉동 기능을 위해 구조적으로도 밀폐돼 대원들의 구조와 연기 배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은 냉동창고 안에서 페인트를 제거하던 작업자가 토치를 사용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폭발로 이어진 불길 재확산은 창고 천장 쪽에 누적된 유증기 때문으로 잠정 파악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 44세 다둥이 아빠·30세 예비신랑 참변

화재 현장에서 숨진 소방관들은 결혼을 앞둔 세 자녀를 둔 아버지이거나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었다.

1982년생인 A 소방위는 슬하에 1남 2녀를 둔 가장이자 아버지였다.

10년 넘게 재난 현장에서 활동한 베테랑으로서 평소 후배들을 잘 챙기는 든든한 선배였다.

B 소방사는 1996년생의 임용 3∼4년차 새내기 소방관이다.

그는 인력이 부족한 '시골' 소방서에서 구급, 화재 진압, 소방차 운전 등 여러 업무를 묵묵히 도맡았다.

오는 10월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랑이기도 했다.

전남에서 현장 임무 중 소방관이 희생된 것은 2020년 7월 구례군 지리산 피아골 계곡에서 피서객을 구조하다 급류에 휩쓸려 숨진 고(故) 김국환 소방장 사고 이후 6년 만이다.

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