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핵물질' 현격한 이견속 첫협상 결렬…美-이란 '시계제로'

연합뉴스 2026-04-12 13:00:06

'호르무즈만 열면 거의 끝'이라는 美와 '최후지렛대' 삼은 이란 간극 커

이란 '핵무기 없어서 당했다' 생각할 가능성…비핵화 논의도 난제

열흘남은 협상기간 각국 중재 속 파국위기-대화모색 숨가쁘게 오갈듯

이란과 협상 결렬후 파키스탄 떠나는 밴스 미 부통령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과 이란이 11∼12일(현지시간)에 걸쳐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21시간 동안 마라톤 종전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합의 도출을 하지 못했다.

양국 모두 '승전국'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 이스라엘의 레바논 헤즈볼라 공격을 휴전대상에 포함할지 여부에 대한 이견 등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지만 2주 휴전 기간의 종료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게 된 상황에서 전쟁 재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는 커질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협상후 양측 발표를 종합하면 이란의 비핵화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를 두고 양국 간에 현격한 입장 차이가 있었던 것이 결렬의 주된 배경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측 수석대표인 JD 밴스 부통령은 협상후 기자회견에서 "단순한 질문은 핵무기를 지금이나 2년 후뿐 아니라, 장기간 개발하지 않는다는 이란인들의 근본적인 약속을 우리가 보느냐인데, 우리는 아직 그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이란 반(半)관영 타스님통신은 "호르무즈해협 문제와 핵물질 제거를 포함해, 전쟁에서 얻을 수 없었던 양보를 협상장에서 얻어내려는 것이 미국의 의도였으나, 이란 대표단이 이를 막았다"고 보도했다.

결국 미측은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고농축 우라늄 전량의 대미 반출을 통한 '현재 핵'을 제거하는 것뿐 아니라, 이란이 핵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제한함으로써 '미래 핵' 내지 '핵무기 잠재력'을 억제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란은 '핵무기가 없었기에 작년과 올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잇달아 당했다'는 인식하에, 핵무기 개발의 잠재력까지 포기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항복 종용'으로 간주한 채 '평화적 원자력 에너지 사용 권리'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개전 이후 이란이 봉쇄해온 호르무즈 해협의 경우 미국은 즉각적인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이란은 최종합의가 타결된 후에야 해협을 개방할 수 있는 입장이라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협상 상황을 잘 아는 복수의 이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11일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대미 핵심 지렛대로 삼고 있는 이란으로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는 순간, 이번 전쟁과 협상의 주도권을 미국에 넘기게 되는 것은 물론, 최대의 협상카드를 상실하게 된다는 인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쟁의 목표를 거의 달성했다고 누차 밝혀온 미국으로선 유가 상승과 그에 따른 미국 및 국제 경제 상황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해제를 이번 협상의 가장 시급한 목표로 삼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협상 당일 미 군함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며 기뢰 제거 준비에 나선 것은 미국 입장에서 이란에 대한 압박책일 수 있었지만 이란으로서는 거기서 미국의 '초조함'을 읽었을 수 있는 것이다.

첫 협상은 결렬됐지만 일단 양측은 상호 속내를 파악하는 동시에 이란내 핵물질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 등 핵심 쟁점을 몇가지로 좁히게 됐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양측이 후속 협상을 통해 극적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핵심 쟁점을 둘러싼 양측의 현격한 입장차이를 감안할 때 오는 21일까지인 2주간의 휴전 기간 안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의 파상 공세를 받으면서도 이란은 호르무즈 봉쇄에 따른 미국의 '고통'을 감안할 때 '시간과의 싸움'이 자신들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는 점이 중요한 변수로 거론된다.

앞으로도 언제든 핵무기 개발 저지 등을 위해 이란을 공격할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하겠다는 것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생각이라면, 이란은 전쟁을 더 길게 끌고 가며 피해를 더 보더라도 호르무즈를 지렛대 삼아 확고한 불가침 약속을 받아내겠다는 의중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미국과 이란의 향후 협상 전망은 낙관을 허락하지 않는 '안갯속'이라고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의 '노딜'을 빌미로 이스라엘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표적으로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크게 강화할 수 있고, 이는 협상에 다시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민간 인프라 파괴 위협과, 이란의 호르무즈 장기 봉쇄 카드가 이번 전쟁의 당사국은 물론 전세계를 우려케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 속에 양측은 '파국 위기'와 '대화 모색' 사이를 숨가쁘게 오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키스탄 총리 만난 이란 수석대표 갈리바프(좌)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