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금'부터 '식고문'까지…인권위 "필요시 사관학교 고발 검토"

연합뉴스 2026-04-12 09:00:01

사관생도 2천여명 조사하니 10명 중 6명꼴로 "인권침해 경험"

가해자는 선배·교관…비밀보장 우려에 신고는 10명 중 1명뿐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공군사관학교에서 발생한 것으로 최근 드러난 '맘모스빵 식고문' 등 가혹행위는 빙산의 일각일 뿐, 혼인·음주·흡연을 금지하는 '3금(禁) 제도'를 비롯한 인권침해 관행이 각 사관학교에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사단법인 안보경영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6∼8월 진행한 '사관생도 인권상황 및 인권의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관생도들은 여전히 군사적 훈련과 전통을 빌미로 한 폭력과 통제에 노출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해·공군사관학교, 국군간호사관학교, 육군3사관학교 생도 2천18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61.9%(1천355명)가 생도 생활 중 인권침해나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국군간호사관학교의 경험률이 76.1%로 가장 높았으며, 공사(72.0%), 해사(67.1%), 육사(53.8%) 등 모든 곳에서 과반이 피해를 호소했다.

생도들은 심층 면접에서 가장 큰 인권 침해 사례로 3금 제도를 꼽았다. 2016년 규정상 용어 자체는 삭제됐으나, 학교 측은 여전히 '군사적 정체성 함양'을 이유로 실질적인 통제를 가하고 있다.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 속에 최근 국회에서는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 등이 사관학교 입학 자격에서 미혼 요건을 아예 삭제하는 '사관학교 3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사전 예고 없는 내무생활 점검, 병원 방문 제한, 부당한 외출 제한 등 일상적 인권침해도 고스란히 확인됐다. 가해자는 상급 학년 생도(58.2%)가 가장 많았고 훈육관 및 지휘관(46.3%)이 뒤를 이었다.

피해 생도의 71.0%가 정신·감정적 피해를 호소하고 57.0%는 자퇴까지 고민하지만, 실제 신고로 이어진 경우는 10.6%에 불과했다. 신고를 꺼리는 이유는 비밀보장이 지켜지지 않고(41.6%), 상황이 오히려 악화하거나(24.7%), 불이익·보복을 경험(22.9%)하는 등 구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사를 수행한 안보경영연구원은 "생도의 인권상황은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다양한 유형의 인권 침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단순히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문화와 구조 및 시스템의 문제로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사관생도들이 향후 군을 이끌어갈 장교가 된다는 점에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생도들이 추후 초급 지휘관을 거쳐 장교, 장성이 되므로 이들에 대한 인권 교육이 중요하다"며 "단순히 후배를 괴롭히기 위한 강제 취식, '빵파티' 전통이나 실효성 없는 3금 제도 등을 없애려면 외부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권위 역시 감시의 고삐를 죄겠다는 방침이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전통만 생각하면 개선은 없다"며 "공사뿐 아니라 다른 사관학교의 기초훈련 과정 등에서 인권침해가 없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하면 고발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hyun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