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의 재탄생] 버려진 옛 담배창고의 변신…괴산 '루마코브'

연합뉴스 2026-04-12 08:00:04

충북도, 90여년 된 폐창고 활용해 '해적선 콘셉트' 카페 조성

가족형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개장 4개월만에 1만3천명 방문

[※ 편집자 주 =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인구이동으로 전국에 빈집이 늘고 있습니다. 해마다 생겨나는 빈집은 미관을 해치고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우범 지대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농어촌 지역은 빈집 문제가 심각합니다. 재활용되지 못하는 빈집은 철거될 운명을 맞게 되지만, 일부에서는 도시와 마을 재생 차원에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매주 한 차례 빈집을 주민 소득원이나 마을 사랑방, 문화 공간 등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를 조명하고 빈집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괴산 청천면에 위치한 카페 루마코브 입구

(괴산=연합뉴스) 박건영 기자 = 충북 괴산군 청천면 화양로를 따라 걷다 보면 청천전통시장과 버섯랜드전시관을 지나 도로 옆 산자락 사이로 커다란 창고 건물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겉모습은 흰 페인트 통을 통째로 뒤집어쓴 듯 새하얀 빛깔의 영락없는 창고다.

그런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빈티지 풍의 거대한 해적선 한 척, 그리고 곳곳에 놓인 무기와 해골 소품들은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해적들의 세상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색적인 공간의 이곳은 '루마코브(Luma Cove)'라고 불리는 카페다.

이 카페가 들어선 건물은 원래 엽연초를 보관하는 담배창고였다.

건축물대장에는 1952년 건립된 것으로 적혀 있지만, 실제론 이보다 훨씬 앞선 1937년께 지어져 창고로 쓰였다고 한다.

옛 엽연초 보관 창고(왼쪽)와 재탄생한 루마코브.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그 용도를 잃고 방치되면서 낡은 모습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갔다.

이랬던 창고에 변화의 기류가 찾아온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정문화재 지정 요건을 갖춘 이 창고의 활용 방안을 고민하던 충북도는 괴산군과 함께 가족형 놀이공간을 조성에 나서기로 했다.

인구소멸지역인 괴산에 이런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착안한 아이디어이다.

충북도는 23억원을 들여 낡고 허름한 공간을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카페로 탈바꿈시켰다.

해적선 콘셉트는 창고 천장의 목재 트러스 구조가 가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루마코브라는 이름 역시 이런 콘셉트에서 나온 것이다.

라틴어인 '루마'는 '상상의 빛', '코브'는 '항구'라는 뜻으로 '아이들의 꿈이 정박하는 항구'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이다.

루마코브 내 해적선

지난해 10월 문을 연 루마코브는 금세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만족하는 대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개장 첫 달 방문객이 5천명을 넘어섰고, 올해 1월까지 4개월간 누적 인원은 1만3천300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입소문을 타면서 괴산뿐만 아니라 인근 청주, 세종 등에서도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충북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루마코브의 성공 요인은 어린이와 부모 모두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카페 안의 커다란 해적선, 배 위의 볼풀장과 그물짐 등 놀이시설, 목조 트러스 구조의 천장이 자아내는 분위기, 바닷물이 들이치는 해변을 옮겨놓은 바닥 그림, 카페 곳곳을 채운 칼·총·해골 등의 소품은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루마코브 내 놀이시설

건물 옆·뒤편에 마련된 텐트 내 모래놀이터에서는 각종 야외 체험을 즐길 수도 있다.

카페 내 넉넉한 휴식공간과 기존 키즈카페와 달리 이용 시간에 제한이 없다는 점은 부모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충북도와 괴산군은 루마코브 바로 옆 청천면행정복지센터 신축 공사를 완료하는 등 주변 환경과 인프라가 좋아지면 방문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화양계곡, 사담계곡, 산막이옛길, 버섯랜드, 충북아쿠아리움 등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활성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루마코브는 농촌지역의 버려진 빈 곳을 업사이클링해 지역경제에 새바람을 불어넣은 대표 사례"라며 "문화기반 시설이 부족한 다른 지역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가족형 문화공간을 늘려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pu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