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번 광복절엔 '과거사 안끝났다, 책임진다' 선언해야"

연합뉴스 2026-04-12 07:00:03

6년 만에 퇴임 앞둔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인터뷰

파편화된 과거사 문제 총괄할 '역사정의회복위' 신설 촉구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서울=연합뉴스) 이율립 기자 = "다가오는 광복절에는 적어도 '과거사 문제는 끝나지 않았으며 일본군 위안부·강제 동원 피해자와 독립유공자들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내야 합니다."

오는 30일 퇴임을 앞둔 이나영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은 이재명 정부의 한일 과거사 문제 접근 방식에 쓴소리를 던지며 이같이 제언했다.

이 이사장은 정기 수요시위에서 마지막 주간 보고를 마친 다음 날인 지난 9일 동작구 중앙대학교 연구실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지난 6년의 소회와 향후 과제를 밝혔다.

그는 현 정부 들어 과거사 문제가 뒤로 밀리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국제 정세가 좋지 않다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일본 정부는 사죄, 배상한 적 없다는 원칙을 확인하고, 피해자들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투 트랙' 메시지가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일본에 사죄·배상을 촉구하는 일은 시민단체가 하면 되고 국가는 국가가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극우·역사 부정 세력의 결집에 깊은 우려를 표한 이 이사장은 근본적인 대응책으로 '기록'과 '통합 관리'를 꼽았다.

그는 "지금처럼 사안별로 각 부처에 파편화해 과거사를 다뤄서는 안 된다"며 과거사 문제를 총괄하고 기록을 관리하는 정부 상설기구인 가칭 '역사정의회복위원회' 신설을 제안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국내 대표적 여성학자인 이 이사장은 지난 2020년 4월 27일 취임해 부실 회계 의혹과 검찰 수사로 존폐 갈림길에 섰던 정의연의 구원투수 역할을 맡았다.

이 이사장은 "초기엔 (수사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이 컸고, 할머니가 계신 쉼터까지 압수수색 됐을 땐 펑펑 울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수세에 몰리기보단 정면 돌파를 택했다. 외부 인사가 주축이 된 '성찰과 비전위원회'를 꾸려 조직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이중 삼중의 회계 검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는 "썰물처럼 후원이 빠져나갔지만 이후 오히려 몇 배의 시민들이 후원했고, 등을 돌렸던 분들도 다시 연대해왔다"며 "지난 6년은 연대를 재발견한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소녀상과 함께'

신뢰 회복은 굵직한 성과로 이어졌다. 독일 베를린과 카셀, 이탈리아 스틴티노에 '평화의 소녀상'을 잇달아 건립했고, 2021년 한국 법원이 일본의 국가면제 주장을 배척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역사적 판결 과정에도 힘을 보탰다. 최근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 개정에 앞장서며 역사 부정 행위를 처벌할 제도적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6년 사이 한국 사회의 혐오와 차별 문제가 "안타깝지만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지난 탄핵 정국 당시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공동의장을 맡은 이유 역시 약자에 대한 혐오와 극우·역사 부정 세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캠퍼스로 돌아가는 이 이사장의 최종 목표는 "모두가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시민사회와 연대하고 조직하며 얻은 실전 경험은 엄청난 자산"이라며 "앞으로 연구자이자 활동가로서 '극우·역사 부정·혐오 세력'의 네트워크를 드러내고 파헤치는 데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차기 집행부를 향해 "탄탄해진 국내외 시민 연대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정의연의 새로운 문을 활짝 열어가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전했다.

2yulri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