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주전 세터로 정교한 토스와 안정적 볼 배급 돋보여

(인천=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5차전까지 오면서 우리가 '웃음거리'가 되지 말자고 했습니다. 힘들지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고 끝까지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베테랑 세터 한선수(41)는 10일 현대캐피탈과 2025-2026시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을 우승으로 마무리한 뒤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챔프전 풀세트 접전은 5년 만이었고, 더욱이 현대캐피탈이 2차전 5세트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의 서브 아웃 판정에 반발하며 도발했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의 사령탑인 필립 블랑 감독은 2차전 패배가 확정되자 "승리를 강탈당했다"며 사실상 불복했고, 1, 2차전 패배 후 3, 4차전 승리 후에는 "우리가 비공식적 우승팀"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한선수는 이를 떠올리듯 5차전 승리로 우승을 확정한 후 "2차전 끝나고 해프닝이 있었다"면서 "공정한 판정을 내렸는데도 우리를 흔들려고 했고, 우리 선수들이 흔들렸던 것 사실"이라도 털어놨다.
그러나 침착함을 읽지 않은 한선수는 5차전에서도 선발 세터로 나서 정교한 토스와 안정적인 볼 배급으로 3-1 승리에 디딤돌을 놨다.
77차례 세트 시도 중 40차례 성공해 세트 성공률 51.9%를 기록해 상대 팀 주전 세터 황승빈(세트 성공률 38.5%)을 압도했다.

또 공격수들의 득점 기회를 높일 수 있는 노블록(블로커가 없는 상황)과 원블록(블로커가 1명인 상황)을 빼준 '러닝세트 점유율'도 29.8%로 나쁘지 않았다.
한선수는 41세의 나이에도 올 시즌 정규리그 33경기(124세트)에 출전해 세월을 잊은 활약으로 팀이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직행하는 데 앞장섰다.
세트 성공 부문에선 6위(세트당 10.5개)로 밀렸지만, 든든한 '코트 사령관'으로서 대한항공의 공격력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선수는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를 후배 정지석에게 넘겨줬지만, 정규리그 MVP 후보 중 한 명이다.
그는 대한항공이 처음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던 2017-2018시즌 챔프전 MVP였고, 구단 역사상 첫 트레블(컵대회 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 위업을 이뤘던 2022-2023시즌에는 정규리그·챔프전 통합 MVP 영예를 누렸다.
한선수로선 3년 만에 정규리그 MV에 다시 도전하는 셈이다.
그는 10년 동안 차왔던 주장 완장을 올 시즌을 앞두고 정지석에게 물려주고 경기에만 집중했다.
유광우와 함께 팀의 최고참으로서 뒤에서 정지석을 지원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한선수는 "(올 시즌을) 편하게 시작했는데 힘들게 끝났다"면서 "지석이가 주장이지만 기필코 웃음거리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 소리를 지르고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트 점수 2-1로 앞선 4세트 24-23 매치포인트에서 챔피언 포인트가 된 김민재의 속공과 관련해 "처음부터 중앙 속공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리시브 받는 상황을 보며 타이밍상 속공이 좋다고 판단해 민재에게 올렸다. 민재가 계속 공을 달라고 했는데 안 줬다. 마지막을 때리고 나서는 고맙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chil8811@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