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뎁스 배구' 진수 보여준 대한항공, 2년 만에 통합 우승

연합뉴스 2026-04-11 09:00:05

정지석·임재영 이탈에도 벤치 자원으로 공백 최소화

3년 연속 봄 배구 직전 외국인 교체…규정 내 최선의 전략 통했다

환호하는 대한항공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절치부심, 와신상담하는 시간을 보낸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통합 우승은 두꺼운 전력 덕분이다.

대한항공은 1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남자부 챔피언결정(5전 3승제) 5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하고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정상에 올랐다.

2년 만에 V리그 통합 우승 트로피를 되찾은 원동력은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간 막강한 선수층, 이른바 '뎁스 배구'에서 찾을 수 있다.

에이스 정지석이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팀 전체가 흔들릴 뻔했던 데다, 설상가상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코트의 활력소 역할을 하던 임재영마저 다치면서 벤치에는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밀어넣기

최대 위기를 맞이한 상황에서도 코트 밖에는 이들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워낼 수 있는 대체 자원들이 언제든 출격할 채비를 마치고 있었다.

사령탑인 브라질 출신 헤난 달 조토 감독은 위기 상황을 변명이 아닌 기회로 삼아 정한용, 김선호 등을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맞춤형 용병술을 선보이며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코트에 나선 기존 멤버들 역시 부상자들의 몫까지 한 발짝 더 뛰는 투혼을 발휘하며 팀을 굳건하게 지탱하는 저력을 뽐냈다.

사실상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존재하지 않는 특유의 끈끈한 팀 컬러가 정규리그 1위 수성이라는 값진 결과로 고스란히 이어진 셈이다.

이처럼 탄탄한 국내 선수진의 활약과 더불어 봄 배구를 목전에 두고 과감하게 단행한 외국인 선수 교체 승부수 역시 우승의 결정적인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작용했다.

선수들 독려하는 헤난 감독

챔피언결정전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의 경기력 저하를 이유로 과감하게 계약을 해지하는 결단을 내렸고, 대체자로 쿠바 출신 호세 마쏘(등록명 마쏘)를 전격 영입하며 단기전 화력을 극대화한 전략이 포스트시즌 내내 빛을 발하며 승리를 견인했다.

마쏘는 3차전 7득점, 4차전 10득점으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날 최종 5차전에서 팀 최다 17득점에 혼자 6개의 블로킹 득점을 책임져 우승의 마지막 퍼즐 조각 노릇을 했다.

배구계 일각에서는 2023-2024시즌 무라드 칸을 대신해 막심 지갈로프를 데려와 통합 4연패를 달성했던 사례나 지난해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를 내보내고 러셀을 영입했던 것처럼 3시즌 내리 포스트시즌 직전에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는 행보를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배구연맹 규정상 외국인 선수 교체 기한에 제한이 없는 점을 이용해 전력을 단숨에 끌어올리는 교체가 공정한 경쟁 구도를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정해진 규정의 테두리 안에서 우승이라는 지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구단이 규정 내에서 꺼내 들 수 있는 효율적인 카드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공중볼 어디로

새 외국인 선수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 중에서만 선발할 수 있고, 급여 역시 드래프트 지명 선수와 동일한 조건을 적용받아 우수 선수 영입을 통한 급격한 전력 강화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제도의 허점만 지적하기보다는 빈틈을 파고들어 팀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챔피언결정전에 맞춰 최상의 전력을 구축해 낸 대한항공 프런트의 발 빠른 정보력과 대처 능력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한국배구연맹은 외국인 선수 자유계약 제도가 도입되는 2027-2028시즌부터 교체 시기 제한 등을 포함해 관련 규정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적어도 이번 시즌만큼은 규정 내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한 끝에 우승 금자탑을 쌓아 올린 사령탑과 구단의 지독한 승리욕이 제대로 통했다.

결과적으로 온갖 악재를 딛고 일어선 탄탄한 국내 선수진의 뎁스 배구에 제도적 이점을 십분 활용한 맞춤형 용병술이 완벽한 시너지를 내면서 대한항공은 다시 왕조로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4bun@yna.co.kr